사진=쿠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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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한 지역으로 이사간 박모씨는 쿠팡에서 식재료를 구입하려다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그간 잘 써왔던 새벽 배송이 이사간 집에서는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박씨가 이사간 곳은 90년대 지어진 아파트로, 주변에 8개 단지 5500가구가 모여있는 곳입니다.

박씨는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면서도 인근에 새벽 배송이 되는 단지가 있는지 검색하다 재차 충격을 받았습니다. 도로를 따라서 불과 400m 떨어진 신축 아파트에서는 쿠팡의 모든 새벽 배송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재건축이 아닌 이상 신축 아파트는 구축 아파트보다 입지가 나쁘다고 생각해왔다"며 "10년도 안 된 동네는 새벽 배송이 되고 30년 된 동네는 안 된다니 황당한다"고 털어놨습니다.

쿠팡은 유료 회원 전용으로 '로켓와우', '로켓프레시' 두 가지 새벽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들 서비스는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상품을 배송해줍니다. 로켓와우는 일반 상품, 로켓프레시는 신선식품도 지원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도착하는 새벽 배송, 생활 필수 서비스 거듭나

1인 가구와 주부들 사이에서는 로켓프레시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전날 잠자리에 들며 음식 재료를 주문하면 다음 날 일어났을 때 주문한 상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집 앞에 대형마트가 있더라도 잘 가지 않게 됩니다. 손가락 몇 번 움직이고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현관 앞으로 배송되기 때문이죠. 밖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들어올 필요도 없습니다. 어린 자녀가 있거나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수도권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필수입니다.

편의성에서 큰 차이가 나는 탓에 마트에서 장을 본다는 행위 자체가 옛것으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얼마 전 아이들을 재운 뒤 '내일 뭐 해 먹을까'라고 묻는 아내에게 "아직 마트 영업시간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다녀오겠다"고 했다가 '옛날 사람이냐'는 핀잔을 들었습니다. '장은 마트에서 본다'는 관념이 더는 당연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일상에서 새벽배송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의외로 이용할 수 없는 곳도 있습니다. 수도권도 일부 지역은 도로 하나를 경계로 서비스 구역이 나뉘곤 합니다. 평택시 죽백동과 비전동, 동삭동이 맞닿는 지역에 위치한 죽백동 A 아파트 단지는 로켓와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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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하나를 건너 있는 비전동 B 아파트는 로켓와우가 제공됩니다. B 아파트에서 길을 따라 600m 정도 올라가면 나오는 동삭동 C 아파트에선 로켓프레시까지 쓸 수 있습니다. 인접한 아파트 단지 사이에서 새벽배송 지원 여부가 엇갈리는 것을 두고 쿠팡은 현실적인 한계라고 설명했습니다.

쿠팡 측은 "새벽배송은 지역별로 자리 잡은 배송캠프를 거점으로 제공한다"며 "각 캠프에서 감당할 수 있는 배송 범위에 한계가 있다 보니 캠프와 캠프 사이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쿠팡은 2026년까지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지방을 포함한 전국으로 로켓배송 배송지역을 늘릴 계획입니다.

평택의 A, B, C 아파트는 연식과 규모가 모두 비슷하지만 약간의 가격 차이를 보입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이달 전용 84㎡를 기준으로 A 아파트는 3억8000만원, B 아파트는 4억4500만원, C 아파트는 5억원에 실거래됐습니다.

집값에 영향주는 새벽 배송…'스세권', '다세권'도 인기

집값이 새벽배송 하나로 정해지진 않겠으나, 서비스 단계별로 약 6000만원이라는 묘한 차이가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차이 탓에 일부 단지에서는 로켓프레시를 제공하라는 단체 민원을 넣기도 합니다.

온라인 서비스에서 새벽 배송이 부동산 가치를 들썩이게 한다면 오프라인에서는 '스세권(스타벅스+역세권)'에 이어 다이소가 '다세권(다이소+역세권)'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주변에 스타벅스나 다이소가 들어서면 단지별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웃음꽃이 피곤 합니다. 최근에는 다세권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스타벅스는 유동 인구 등의 입지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기에 이미 어느 정도 상권이 형성된 지역에만 들어갑니다. 이에 반해 다이소는 유동 인구가 많은 주요 상권을 넘어 외곽 지역까지 입점하는 추세입니다. 아직 상권이 형성되지 않은 지역이라도 다이소가 들어가면 집객 효과가 발생해 주변 상권 활성화를 견인하는 것입니다.
다이소를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한경DB
다이소를 찾은 시민들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한경DB
다이소의 매장 수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1442곳입니다. 전국에 촘촘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구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다이소 관계자는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곳에도 개점하는 등 다양한 상권에 입점하고 있다"며 "당장은 외딴곳으로 보이는 상권이라도 미래 가능성을 보고 진입한다"고 했습니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도 다이소 효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화성시 새솔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아파트가 입주하고도 주변 상가 반절 이상은 계속 비어있었다"며 "그러던 곳에 다이소가 들어서자 1년 만에 주변 공실이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이소 하나로 집값까지 올랐다고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상권에 주는 영향력에는 깜짝 놀랐다"며 "고객들도 관심이 많기에 매물을 안내할 때면 근처에 다이소가 있다고 꼭 설명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