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기 안양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손을 잡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경기 안양중앙시장을 찾아 시민들의 손을 잡고 있다. /김병언 기자
‘회칼 테러’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수석이 20일 자진사퇴했다. 이종섭 주호주 대사도 21일 자진 귀국하기로 하면서 고조됐던 당·정 간 갈등이 봉합 수순으로 들어갔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의힘과 대통령은 운명공동체”라며 위기론을 일축했다.

◆이종섭 출국 11일 만에 귀국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황 수석의 사의를 전격 수용했다. 언론인을 상대로 한 회칼 테러 발언이 논란이 된 지 엿새 만이다. 지난 8일 출국한 이 대사는 오는 25일 열리는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을 위해 일시 귀국하기로 했다. 이 대사는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던 중 호주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뒤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 대사는 이번 귀국에서 필요시 공수처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까지만 해도 황 수석 사퇴와 이 대사 조기 귀국에 부정적이던 대통령실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사퇴 여론 등에 대해 대통령실은 ‘야당의 프레임 공세’라며 강경하게 맞대응해왔다. 최근 중도층 이탈로 서울·수도권 지역의 여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여당 내의 비판론이 거세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국회에서 열린 공천자 대회에서 수도권 후보들은 “대통령실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는 제스처를 취하자 한 위원장은 사태 수습에 나섰다. 그는 이날 경기 안양 거리 인사에서 “최근에 있었던, 여러분이 실망하셨던 황 수석 문제라든가 이 대사 문제가 결국 오늘 다 해결됐다”며 “총선을 20일 남겨놓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운명공동체”라고 강조했다.

◆‘호남 배려’ 수정된 비례대표 발표

이날 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수정된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을 발표했다. 호남과 당직자 출신 인사들의 비례 순번이 당겨졌다. 국민의미래 공천관리위원회는 “호남 및 당직자를 배려했고 직역별 대표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순위를 조정했다”고 밝혔다.

비례대표 13번 자리에는 전북 출신인 3선 조배숙 전 의원이 배치됐다. 기존에 13번을 받은 강세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21번이 됐다.

공천이 취소된 이시우 전 국무총리실 서기관 자리(17번)에는 당직자 출신인 이달희 전 경상북도 경제부지사가 배치됐다. 이 전 서기관은 과거 골프 접대 의혹으로 징계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명됐다. 기존에 29번으로 배치됐던 국민의힘 당직자인 임보라 당무감사실장은 23번으로 당겨졌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비례대표 득표율 33.84%를 얻어 19석을 받았다.

이날 명단 수정은 친윤(친윤석열) 핵심으로 꼽히는 이철규 국민의힘 공동인재영입위원장이 호남과 당직자 출신 인사를 홀대했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이 위원장은 앞서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공천은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며 재차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비례대표 공천을 둘러싼 갈등도 봉합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들은 이름을 올리지 못해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이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주기환 전 광주시당위원장, 호남 출신인 개그맨 김영민 씨와 민영삼 사회통합전략연구원장 등을 비례 후보로 추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소람/박주연/양길성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