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세포라코리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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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2019년 국내 상륙 후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렸으나 CJ올리브영 천하의 국내 헬스앤드뷰티(H&B) 구도를 깨지 못하고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세포라는 지난 19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홈페이지를 통해 국내 사업 영업 종료 결정을 공지했다.

세포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한국에서의 영업 종료를 결정했다"며 "5월 6일부터 단계적으로 온라인몰, 모바일앱(애플리케이션) 스토어,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종료하며 시장 철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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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계열 세계 최대 화장품 편집숍인 세포라는 2019년 10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국내 첫 매장을 열며 한국에 진출했다. 이후 서울 명동(롯데 영플라자), 신촌( 현대 유플렉스), 잠실(롯데월드몰), 여의도(더현대서울) 등 상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와 국내 H&B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한 CJ올리브영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포라코리아의 영업손실은 2020년 124억원에서 2021년 145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176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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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전환 후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화장품 업계로 퍼지면서 상대적으로 고가 화장품 브랜드가 포진한 세포라가 외면받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해 업계의 주요 화제는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의 화장품 상품 약진과 CJ올리브영을 기반으로 한 인디브랜드의 호조였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다이소의 화장품 매출은 전년보다 85% 급증했고, CJ올리브영의 매출은 40%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세포라가 한국 진출 이후 코로나19와 올리브영의 독주 등으로 추가 매장 출점과 매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세포라가 취급하는 품목이 글로벌 중고가 브랜드로 한정돼 소비자의 선택이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세포라 철수 후 국내 H&B 시장은 CJ올리브영의 1위 입지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앞서 이마트, GS리테일이 H&B 사업을 철수했고, 롯데쇼핑이 롯데마트 내 '숍인숍' 형태로 '롭스'를 운영 중이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