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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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이익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을 수령 나이보다 일찍 타려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100만명 선에 바짝 다가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일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공표통계' 자료를 보면, 2023년 11월 기준으로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84만9744명(남자 57만4268명, 여자 27만5476명)으로 집계됐다. 조기노령연금 제도가 시행된 1999년 이후 가장 큰 수치다.

조기노령연금 총수급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연금연구원의 '국민연금 중기재정 전망(2023∼2027)' 보고서에서는 올해 약 96만명을 거쳐 2025년에는 107만명이 되리라 관측했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노령연금 수령 시기를 1년에서 5년까지 앞당겨서 받을 수 있는 제도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어 노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소득을 보장해주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최소 가입 기간(보험료를 납부한 기간) 10년이 넘으면 신청할 수 있다.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연 6%씩(월 0.5%씩) 연금액이 깎여 5년 당겨 받으면 최대 30% 감액된 연금액을 평생 받게 된다. 5년 일찍 연금을 수령하면, 본래 받을 연금액의 70%만 받을 수 있는 것. 4년 당기면 76%, 3년 당기면 82%, 2년 당기면 88%, 1년 당기면 94%를 받는 셈이다.

단순 계산으로, 월평균 268만원 소득에 20년 가입한 65살 가입자의 경우 정상적으로 받으면 최초 수급 때 월 연금액은 54만원이지만, 1년 앞당겨 받으면 51만원, 5년 앞당겨 받으면 38만원만 받을 수 있다.

20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65살 정상 수급 때 1억985만원이던 연금 총액은 1년 앞당기면 년 앞당기면 2.1% 감액된 1억750만원, 5년 앞당기면 16.2% 감액된 9210만원이 된다.

손해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는 2022년 76만5342명에 비해 8만명 넘게 늘어났는데, 이는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 2023년에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늦춰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1998년 1차 연금 개혁 때 재정안정 차원에서 퇴직 후 연금 수급 나이를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늦춰 최종적으로 65세부터 받도록 했는데, 지난해 만 62세에서 63세로 1년 밀리게 된 것.

이 때문에 지난해 만 62세가 돼 연금을 수급받을 예정이었던 1961년생들은 1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이 때문에 정년퇴직 후 소득 공백기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면서 조기 수급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2022년 7월에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들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했다고 답했다. 실직, 사업 부진, 건강 악화 등으로 소득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국민연금을 조기에 신청해 받게 됐다는 것.

또한 2022년 9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 기준이 연 3400만원에서 연 2000만원으로 강화됐다. 연간 공적연금 수령액이 2000만원을 넘으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 수 있어 좀 손해 보고 덜 받더라도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