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현 보령 대표가 서울 원남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장두현 보령 대표가 서울 원남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임대철 기자
보령(옛 보령제약)이 올해 매출 ‘1조원 클럽’ 진입을 예고했다. 1957년 보령약국으로 창업한 지 67년 만이다. 보령은 고혈압 신약 카나브 출시, 혁신 신약 브랜드 인수 전략 등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올해는 HK이노엔의 블록버스터 신약 케이캡의 공동 판매에 나서면서 ‘선도 제약사’ 반열에 오를 채비를 마쳤다는 평가다.

“올해 매출 1조원 시대 연다”

보령 "올 매출 1조 달성…8년내 국내 제약사 원톱 되겠다"
장두현 보령 대표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매출 1조원 시대를 열면서 명실상부한 선도 제약사로 도약할 것”이라며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암, 당뇨 등 만성질환 전문의약품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은 이날 실적 전망 공시를 통해 올해 매출 1조원, 영업이익 85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령이 매출 5000억원을 넘은 것은 5년 전인 2019년이다. 올해 실적 전망치가 현실이 되면 5년 만에 매출이 두 배가량으로 성장하게 된다. 2020~2023년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15%, 영업이익은 20%에 이른다.

전공의 집단사직 탓에 대형 대학병원 진료 차질이 이어지면서 보령의 매출 전망치에도 불확실성이 생겼다. 하지만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이란 평가다. 국내 전통 제약사 중엔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이 매출 1조원 클럽에 진입했다. 보령이 올해 목표치를 달성하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제품 다각화·수익성 강화 시너지

가파른 성장 비결로 장 대표는 제품 다각화와 수익성 강화를 꼽았다. 그는 “자가 제품력 강화, 성장 품목 중심 포트폴리오 개편, 영업마케팅 효율화 등을 바탕으로 매출과 수익성을 동시에 다지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고 말했다. 고혈압 신약 카나브는 다양한 복합제를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일명 그레이트 카나브 전략이다. 카나브 패밀리(제품군) 처방매출은 지난해 1697억원으로 2018년(728억원) 이후 5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카나브는 ‘한국에서는 신약을 개발해도 돈이 안 된다’는 통념을 깬 약이다. 발매 첫해인 2011년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는 등 국산 신약 처방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6년 매출 목표는 2000억원이다. 장 대표는 “시장에 빠르게 침투할 수 있는 퍼스트 제네릭(첫 복제약)이나 개량 신약 개발에도 초점을 맞췄다”며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특허 만료 후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오리지널 의약품 인수) 전략으로 글로벌 선도 제품을 자산화해 안정적 수익 구조도 강화했다”고 말했다.

“2032년 제약 분야 1위 오를 것”

장 대표는 보령이 2032년께 제약 분야에서 국내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HK이노엔의 역류성 식도염약 케이캡, 박스터의 흡입마취제 슈프레인 등 신규 대형 제품이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령은 국내 제약사 중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다. 올해는 항암제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의약품 안전망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신약 개발 속도도 높인다. 암세포 성장조절인자 3개를 함께 제어하는 3중 저해제 BR101801은 대표 후보물질이다. 림프종 신약으로 개발하고 있다. 2028년께 항암제 외에 당뇨, 중추신경계(CNS) 질환, 간 질환 등의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