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등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 장기 이식도 수명을 늘려줄 혁신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기증이 부족한 장기를 환자에게 제때 공급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떠오르면서다.

세계 최초의 이종 장기 이식은 1906년 프랑스에서 이뤄졌다. 48세 여성에게 돼지 신장을 이식했지만 몇 시간 지나지 않아 혈전증으로 사망했다. 이후 1960년대부터 침팬지 원숭이 등의 장기를 이식하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영장류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가는 문제가 발생했다. 현대 이종 장기 이식 연구에는 주로 돼지가 사용된다. 돼지 장기 크기가 사람과 비슷하고 영장류에 비해 위험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2022년엔 살아있는 사람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최초의 수술이, 지난해에는 두 번째 수술이 이뤄졌다. 두 번의 수술을 모두 담당한 메릴랜드대 의대 연구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승인을 받아 말기 심장병 환자에게 유전자를 변형한 돼지의 심장을 이식했다. 두 환자는 모두 2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숨졌다. 돼지와 인간 생체 구조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종 장기 이식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월 일본 메이지대 산하 벤처기업 포르메드텍이 만든 인간 장기 이식용 미니돼지다. 포르메드텍은 이종 장기 이식용 돼지의 난자에 세포핵을 넣어 자궁에 이식했다. 이렇게 태어난 새끼 돼지 세 마리의 신장을 올여름 원숭이에게 이식할 예정이다. 안전성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창업자인 나가시마 히로시 메이지대 교수는 “이르면 내년 돼지 신장을 인체에 이식하는 임상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