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젠지'들이 이끄는 '골드러시'…금값 상승 부추기나 [원자재 포커스]
“中젠지, 금 시장 큰손”…웨이보서도 인기 들끓어
세계금위원회 “금 소비 75%가 25~35세” 추정


중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 사이에서 금 투자가 인기다. 자국 경제 전망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금만 한 안전 자산은 없다는 판단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다. 천장을 모르고 치솟던 금값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사그라들며 4주 만에 소폭 하락했다.

1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Z세대들은 무게가 1g도 채 되지 않는, 콩만 한 크기의 금을 사 모으는 데 혈안이 돼 있다. 15년 만에 최악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직면해 있는 중국의 금값은 1g당 약 600위안(약 11만원)으로 국제 표준 대비 저렴한 편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의 금·은·보석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29.4% 증가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1월부터 금을 사기 시작해 2g 넘게 보유 중이라는 푸젠성 대학생 티나 홍(18)은 “금을 사서 손해 보는 일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금값이 국제 가격보다 낮게 유지되는 한 계속해서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보에선 “금 매수는 문제가 생기는 걸 막는다”는 게시물이 인기를 얻었다.
中 '젠지'들이 이끄는 '골드러시'…금값 상승 부추기나 [원자재 포커스]
중국 보석업체 주타이푹은 2023년 중국 보석 소비 동향 보고서에서 Z세대를 금 시장의 ‘큰손’으로 명시했다. 세계금위원회가 2021년 펴낸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 금 소비자의 4분의 3이 25~35세인 것으로 추정됐다. 중국판 X(옛 트위터)인 웨이보에선 ‘젊은이들은 왜 금을 사기 시작하는가’라는 해시태그가 9100만회 인용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컨설팅업체 메탈포커스의 니코스 카발리스 매니징디렉터는 “중국 젊은이들은 유흥을 위한 소비보다는 ‘금콩’과 같이 자산의 성격을 띠고 있는 보석에 투자하길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초상은행 등 일부 상업은행들은 자체 금콩 세트를 선보이는 등 금 매매 시장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다.

Z세대 주도의 ‘골드러시’는 주식시장 등 전통적인 투자 자산에 대한 신뢰도가 급락한 데서 비롯된다. 중국 대표 주가지수는 201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중산층은 부동산 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하에 2021년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네 차례 인하한 결과 은행들의 자산관리 상품 수익률은 바닥을 기고 있다.
中 '젠지'들이 이끄는 '골드러시'…금값 상승 부추기나 [원자재 포커스]
국제 금값은 약 2주 전 사상 최초로 트로이온스(약 31.1g)당 2100달러를 넘어서며 신기록을 썼다. 트로이온스당 2194.99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찍은 뒤 지난주 한 주 동안 0.8% 내리며 4주 만에 첫 주간 단위 하락세를 나타냈다.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강한 상승세를 나타낸 데다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진 영향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고물가는 미 중앙은행(Fed)이 높은 금리를 유지할 유인으로 작용, 금값을 떨어트린다.

미국 금 딜러상 게인즈빌코인의 에버렛 밀먼 수석 애널리스트는 “고금리 환경은 금값에 우호적이진 않지만, 고금리의 원인이 인플레이션 때문이라면 투자 자산으로서의 금의 매력은 다시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