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물량이 2개월 연속 증가세로 돌아선 가운데 부산 대전 광주 등 지방 광역시가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미분양 무덤’이라고 불린 대구에 비해 청약시장에서 선방하던 이들 지역에서 최근 미분양 물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등으로 분양가는 치솟는 반면 주변 아파트값은 내림세를 보이며 지역별 ‘옥석 고르기’가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시 늘어난 미분양…부산·대전 '경고등'

◆대전·부산마저 미분양 물량 증가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6만3755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6만2489가구)에 비해 2.0% 증가했다. 2개월째 늘어나고 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1만1363가구로, 7개월 연속 늘었다.

지역별 온도 차가 두드러지고 있다. 대구는 전월 대비 1.2% 감소한 1만124가구를 나타냈다. 여전히 1만 가구가 넘는 물량을 보유했지만, 조금씩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는 분위기다. 울산(전월 대비 -7.3%), 인천(-5.4%), 충북(-4.9%) 등도 미분양 물량이 줄었다.

대전은 24.4% 늘어난 1112가구로 조사됐다. 광주 역시 같은 기간 44.3% 증가한 860가구로 집계됐다. 부산은 12.5% 늘어난 3372가구에 달했다. 2019년 10월(4380가구) 후 3년3개월여 만에 최대치다. 부산의 악성 미분양은 1174가구로, 전월보다 292가구(33.1%)나 증가했다. 업계는 지방 광역시에서 부동산 경기 냉각 속에 공급이 늘면서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사비·시장 침체…“양극화 심화”

최근 미분양 물량이 늘어난 곳은 상대적으로 청약시장이 선방하던 지역이었다. ‘청약 불패 지역’으로 꼽혔던 대전이 대표적이다. 작년 8월 분양한 대전 ‘둔산 자이 아이파크’는 4만8000여 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68.7 대 1을 기록했다. 작년 대전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27.8 대 1로, 전국 평균(10.7 대 1)을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작년 11월과 12월 대전에서 분양한 단지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도마 포레나해모로’는 464가구 중 162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힐스테이트 가양 더와이즈’도 일반공급 물량 315가구 중 108가구가 미달했다. 한 대형 건설사 임원은 “대전은 인접한 세종보다 공급 물량이 적어 그동안 청약시장에서 호조를 보였지만 최근 고금리,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입지, 브랜드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에 따라 분양가가 높아지는 추세도 수요자가 외면하는 이유로 꼽힌다. 부산 강서구 에코델타시티에서 지난해 12월 청약받은 ‘디에트르 그랑루체 13블록’은 1336가구 공급에 1292명이 신청해 미달했다. 이 단지 전용 84㎡는 최고가 기준 5억9245만원으로, 같은 해 2월 청약 경쟁률 12.1 대 1을 기록한 ‘에코델타시티 푸르지오 린’의 동일 평형(5억4680만원)보다 4500만원가량 비싸다.

분양가 상승과 고금리 기조, 매수세 위축 등이 겹치며 전국 미분양 물량은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전 부산 등은 최근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많이 나오면서 잘되는 사업지와 안 되는 사업지로 시장이 크게 갈리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격과 입지, 브랜드 등에 따라 수요자가 민감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를 포함해 1~2월 분양한 지방 물량의 청약 성적이 좋지 않은 만큼 이를 반영한 3~4월 미분양 물량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