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 아이유 / 사진=물고기뮤직,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임영웅, 아이유 / 사진=물고기뮤직,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울월드컵경기장이 K팝 공연에 문을 열었다.

현재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알려진 K팝 공연은 총 3건이다. 내달 27~28일 세븐틴을 시작으로 5월 25~26일 임영웅, 9월 21~22일 아이유가 콘서트를 연다.

6만6000석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은 대중가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리는 곳이다. 콘서트 무대를 설치하면 객석은 4만석 이상이 될 전망이다. 올림픽주경기장에 맞먹는 수준으로, 현재 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갔기 때문에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로 공연을 열 수 있는 장소가 바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이다.

이곳에서 드림 콘서트, SM타운 콘서트 등 대형 행사가 진행된 바 있고,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가수로는 서태지, 싸이, 빅뱅, 지드래곤까지 손에 꼽을 정도다.

4만명 이상을 모객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그보다는 '잔디 관리'가 대관을 최소화한 주된 이유로 거론돼 왔다. 주경기장을 꽉 채우는 방탄소년단도 '상암벌'에는 입성하지 못했던 바다. 지난해 세계스카우트잼버리 K팝 콘서트가 열렸을 때도 잔디가 훼손된다는 우려와 함께 축구 팬들의 반발이 거셌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대관 허가 기준을 보면 1순위는 국가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 및 FC서울의 경기다. 이어 2순위가 아시아 경기대회 결승, 외국 유명 팀 초청 경기, 공공행사다. 문화예술행사는 제일 마지막인 3순위에 든다.

하지만 대형 공연장의 부재와 함께 가요계가 극심한 대관난에 빠지면서 결국 서울월드컵경기장도 K팝에 문을 열게 됐다. 최대 5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수 있는 주경기장이 리모델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고, 2만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고척돔까지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맞이로 막히면서 공연할 수 있는 장소가 극히 제한됐기 때문이다. 이에 1만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은 그야말로 포화가 됐다. 회차를 늘려 2주간 공연하는 방식이 정착하면서다.

세계적 팝스타들이 공연장이 없어 한국에 못 온다는 말까지 나오면서 '한국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K팝의 영향력이 커지고, 팝스타들과 협업하는 일도 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인프라가 산업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공연 관계자는 "대형 공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다"면서도 "다만 새로 짓는 건 시간도 많이 들고, 짓는다고 하더라도 돔(5만석), 스타디움(7만명) 급이라면 실제로 해당 규모의 공연이 자주 열릴 것인지 가용성 측면에서는 물음표가 남는다"고 생각을 밝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해외에서는 축구 경기 외에 행사가 진행될 때는 잔디를 경기장 지하로 내리는 관리 시스템을 쓰기도 한다. 잔디가 훼손되는 걸 원천 차단해 최상의 질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2021년 10억을 들여 하이브리드 잔디를 깐 서울월드컵경기장 역시 잔디 관리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에는 경기장에 설치된 IoT센서로 잔디의 온도, 수분 함량, 비료 농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 잔디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부 요인으로 인한 훼손까지 막을 방법은 아직 없다.

결국 강조되는 건 공연계와 스포츠계의 '상생'이다. 실제로 잔디 구장에서 공연한 적 있는 아티스트의 소속사들은 그라운드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경 쓰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무대를 설치하고 철거하는 과정 내내 경기장 측 관리가 촘촘하게 이루어진다고 전했다. "준비하면서 서로 얼굴을 붉힐 때도 있다. 결국 대관을 진행하는 쪽이 절대 우위라 따라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또 공연 예산에 적지 않은 '잔디 복구비'를 편성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는 실내 공연에는 들어가지 않는 비용이다. 여기에 전문 공연장이 아니기에 음향을 보강하거나 넓은 공간에서 관객들이 시각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크고 다채로운 무대 세트와 특수효과 등이 더해진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앞서 잔디 관련 이슈가 있었기 때문에 더 신경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공연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전 사례들을 검토하면서 추가 방안을 강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