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 사옥 / 사진=연합뉴스
웹젠 사옥 / 사진=연합뉴스
다중역할수행게임(RPG) '뮤'로 알려진 국내 중견 게임제작 기업 웹젠의 노사갈등이 2년간 지속돼 논란이다. 코로나 시기 게임업체의 '몸값 인상 러시' 시점에 생긴 갈등이 지금까지 이어진 사례다. 올해 게임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임금을 둘러싼 노사 대립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당한 해고 VS 노조탄압' 대립

19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웹젠 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는 최근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사측에 통보했다. 복지 인상안을 놓고 노사 간 의견이 조율되지 않은 탓이다.

노영호 웹젠노조 지회장은 “사측이 노조가 제시한 복지 인상안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협상이 결렬됐다”고 했고, 웹젠은 측은 "기존 복지제도의 축소나 철회 없이 현행 유지를 제안했고 노조가 이견을 줄이기 위한 교섭을 이어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웹젠의 올해 임단협 결렬은 지난 2년간 노사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게 큰 원인이다.

웹젠 측이 2022년 10월 노조 수석으로 일했던 A씨가 '장기근무태만'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한 게 시발점이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당시 회사 측은 “A씨가 내부 조사 결과 장기근무태만 외 직장 내 괴롭힘 등의 사실이 밝혀져 해고를 절차를 밟았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작년 8월 “A씨를 징계할 수는 있지만 해고는 지나치다”며 복직 판결을 내렸다. 이후 웹젠은 A씨의 복직을 거부하고 행정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2021년 연봉 줄인상 '부메랑' 되나

코로나19 시기 게임업체들은 직원 몸값을 속속 높였다.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모바일게임, 온라인 게임 이용자가 늘어났고, 게임회사들은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경쟁적으로 임직원 연봉을 높였다. 넥슨의 전 직원 연봉 800만원 일괄 인상(2021년 2월)과 크래프톤 인상 발표(2000만원), 엔씨소프트 인상(1300만원) 인상 등이 대표적 사례다.

웹젠도 이에 발맞춰 당시 중견 게임사로선 파격적으로 평균 연봉 2000만원 인상안을 2021년 4월 발표했다. 하지만 임금 인상이 고위직에만 집중되고, 일반 직원들의 인상 폭은 적었다고 노조가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노 지회장은 “사측이 2000만원 연봉을 발표한 당시 실제 직원들의 연봉은 100만원 단위로 이뤄졌었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신작 개발 등 성과로 임금을 배분했고, 임원 보수도 업계 평균 이하라 고위직 위주로 인상했다는 점도 노조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노조도 당시와 게임사들의 사정이 달라졌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다시 대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국내 게임사들이 주력하는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시장이 예전만 못해졌다. 지난 10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3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22년 22조 2149억원 대비 10.9% 감소한 19조 7900억원으로 추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게임업계는 특수한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성장을 이뤘다”며 “올해 성장세 둔화가 확실시되는 와중에 노사 간 양보를 통해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원/황동진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