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셀리버리 임시 주주총회 현장. / 사진=김유림 기자
13일 셀리버리 임시 주주총회 현장. / 사진=김유림 기자
셀리버리의 임시주주총회가 개회조차 하지 못했다. 의결권을 개표하지 못한 채로 종료됐다. 조대웅 대표 해임을 위해 임시 주총을 소집했던 소액주주연대의 반란이 실패한 셈이다.

셀리버리는 13일 오전 9시 30분 임시 주총을 열기 위해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빌딩 1층 강당을 대관했다. 약 100여 명의 소액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임시 주총 안건은 이사회 이사인 조대웅 대표(사내이사)와 백융기 사외이사 해임의 건, 사측과 주주연대가 각각 원하는 이사와 감사 선임의 건이었다.

셀리버리는 지난해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2022년 사업보고서 감사의견에서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의견거절을 받았기 때문이다. 감사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사유다. 거래소는 오는 4월까지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이런 가운데 셀리버리는 지난 11일 자본전액잠식으로 상폐 사유가 추가됐다고 공시했다. 소액주주들이 조 대표 해임에 나선 배경이다.

대표 해임은 주주총회에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 요건 모두 충족하면 가능하다. 이사의 선임은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로 하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 있어야 한다.

주주연대 측은 위임장이 담겨있는 박스 6개를 들고 주주총회장에 도착했다. 윤주원 주주연대 대표는 “27%의 주주들이 의결권을 위임했다”며 승리를 자신했다. 조 대표의 보유 지분율은 13%이다.

주주 조모(65) 씨는 “지방에서 올라왔다”며 눈물을 쏟았다. 이어 “퇴직금 전부 셀리버리 주식에 묶여있어 삶이 막막하다”며 “여기 참석하면 도움이 될까 해서 새벽 5시 첫 차 타고 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주 김모(50) 씨는 “대표가 원래 약속한 기술수출이 안될 수도 있다”며 “하지만 플랜 B, C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대표가 거래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거래재개가 안되면 경제적인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했다.
13일 셀리버리 임시 주주총회 현장에 모인 소액주주연대 측의 위임장. / 사진=김유림 기자
13일 셀리버리 임시 주주총회 현장에 모인 소액주주연대 측의 위임장. / 사진=김유림 기자
임시 주총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 사측이 상법상 ‘의결권의 불통일행사’를 두고 일부 주주들의 주주총회 입장을 막으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사측이 파견한 용역업체와 주주연대 사이에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의결권 불통일행사란 2개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주주가 이를 통일하지 않고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주주총회일 사흘 전까지 회사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그 뜻과 이유를 통지해야 한다. 다만 회사는 주주의 의결권 불통일행사를 거부할 수 있다.

이날 사측은 주주총회장에 언론사의 입장을 허용하지 않았다. 주주연대는 사측 용역업체와 충돌을 우려해 기자들의 주주총회장 입장을 도왔다. 의결권 불통일행사 방식을 활용한 것이다. 박수본 주주연대 부대표의 의결권을 나눠 위임장을 여러 장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위임장 맨 뒷장에 들어가는 박 부대표의 친필 서명을 두고 사측에서 강하게 문제제기 했다. 당초 사측에서 예고한 오전 9시 30분보다 5분 늦은 오전 9시 35분에 친필 서명이 이뤄졌다는 이유다.

오전 10시 30분까지 한참을 주주연대와 사측이 실랑이를 벌인 끝에 현장에 있던 주주들이 모두 입장했다. 하지만 조 대표는 주주총회장 단상 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주주들의 주주총회장 입장이 끝났지만, 사측은 위임장 개표를 하지 못했다. 개표 이후 위임장의 보관 장소를 두고 양측이 이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주연대 측은 “신분증 사본이 있는 위임장을 사측이 보관하는 건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사측은 “향후 문제가 발생하면,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면서 “주주연대의 위임장을 회사가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주연대 측과 사측 변호사 간의 언쟁이 지속됐다. 오후 12시가 되자 일부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오후 1시 15분 주주연대 대표, 사측 변호사, 법원에서 파견한 검사인이 조 대표를 만나기 위해 주주총회장 단상 뒤에 위치한 방으로 들어갔다.

주주총회가 개회조차 못하자 검사인은 중재안을 제안했다. 양측의 참여 하에 위임장을 검수하고, 위임장을 밀봉한 이후 검사인이 지정하는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 대표가 검사인의 중재안을 거부하면서 합의는 불발됐다.
13일 셀리버리 임시 주주총회 현장. / 사진=김유림 기자
13일 셀리버리 임시 주주총회 현장. / 사진=김유림 기자
조 대표는 오후 1시55분께 단상에 등장했다. 주총장 대관 시간을 불과 5분 남겨둔 시점이었다. 조 대표는 “거래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개선 기간 안에 반드시 투자 유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시 주총을 열려면 개표를 해서 확인을 해야 하는데, 오전 내내 이 과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안건 3개 모두 부결 처리하는 것으로 종결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주주연대 측은 “개표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총이 개회가 안 됐다”며 “안건의 부결이 아니라 주주총회 성립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이 부결이라고 한국거래소에 공시하는 건 엄연히 불법”이라고 했다.

결국 임시 주총은 개회조차 못하고 종결됐다. 주주연대 측은 “향후 대처 방안은 고심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셀리버리 정기 주총은 오는 29일 열린다. 정기 주총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새로운 이사와 감사 선임의 건 등이다. 이사와 감사 후보자는 모두 사측 인물이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