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고난도·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 개선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를 보완하는 한편 고위험 상품 판매를 장려하는 금융사의 영업 행태와 관행을 전면 점검한다. 은행에서 ELS 등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2021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됐음에도 불완전판매 문제가 나온 만큼 조사를 거친 뒤 원인에 맞는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현행 법령을 보완하는 한편 금융사의 내부통제 시스템을 점검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금소법을 비롯한 여러 준칙과 규정을 보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며 “법령이 아니라 금융사의 영업 행태, 관행, 내부통제 문제로 접근해 해결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했다.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도 본격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원금 비보장성 상품 중 20~30% 이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은행의 고난도 신탁상품 판매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전날 이세훈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은 “신탁을 통해 고난도 상품이 판매되는 것의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향후 제도 개선을 검토할 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자산관리센터 등 은행 거점 점포로 판매망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든 점포에서 판매를 허용하되 예·적금 창구와 투자상품 창구를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날 김 위원장은 금융권이 자율배상을 통해 신속한 분쟁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배임 우려로 판매사가 자율배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는 “은행이 알아서 할 일”이라며 “금감원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효율적으로 처리하자는 취지인데 왜 배임 이슈가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감원이 전날 제시한 분쟁조정안에 대해 “양자의 이익을 나름대로 조화롭게 하려고 굉장히 고민해 발표했다”고 평가했다.

자율배상 시 판매사의 과징금 경감에 관해서는 “제도상으로 참작이 가능하게 돼 있다”고 답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