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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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미국 실리콘밸리 인공지능(AI) 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Bear Robotics)에 6000만달러(한화 800억 원 규모)를 투자한다고 12일 밝혔다. 향후 상업용 로봇 시장이 본격 개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어 역량을 고도화한다는 취지다.

회사 측은 "이번 지분투자는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 관점에서 진행하는 전략적 투자의 일환"이라며 "주식매매거래가 종결되면 LG전자는 단일주주 기준 베어로보틱스의 최대지분 보유자가 된다"고 전했다.

베어로보틱스는 2017년 설립됐으며 실리콘밸리 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스타트업이다.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테크 리드로 근무했던 하정우 대표가 이끌고 있다. AI 기반 자율주행 실내배송로봇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미국, 일본 등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동 창업자인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비롯해 구글 등 빅테크 출신 개발자들은 다수 보유하고 있다. 오픈 플랫폼 기반의 로봇 개발 역량은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상업용 로봇 소프트웨어의 플랫폼화, 다수의 로봇을 제어하는 군집제어 기술, 클라우드 기반 관제 솔루션 분야 등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지분투자와 관련해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 기자간담회에서 “LG전자의 상업용 로봇 사업은 주로 배송과 물류 등 서비스 영역에 집중하고 있으며, 지분투자나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열어두고 발전 방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LG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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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상업용 로봇의 패러다임이 AI 기반의 소프트웨어 중심 로봇(SDR)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로봇의 확장성을 위해 로봇 플랫폼의 표준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판단했다. 이같은 인식하에 LG전자는 이번 전략적 투자가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중인 로봇 사업의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간 LG전자는 수 년간 로봇 사업을 통해 공항, 호텔, 레스토랑, 병원, 매장, 박물관, 스마트 물류창고, 골프장 등 다양한 상업 공간에서 로봇 솔루션을 도입해 왔다. 여기에 베어로보틱스가 보유한 글로벌 연구개발(R&D)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역량을 더하면 로봇 플랫폼 표준화를 주도하고 시장진입 비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어 사업 효율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는 앞서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대를 연 것처럼, 로봇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표준화된 오픈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로봇 사업은 LG전자에서 미래사업의 한 축으로 삼는 영역이다. 앞서 회사는 2017년 인천국제공항 안내로봇 서비스를 시작으로 지난해부터는 미국, 일본, 동남아 국가 등으로 해외 시장 공략도 본격 공략 중이다. 특히 서비스 로봇 시장은 AI, 통신 등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저출산, 고령화 등 생산활동 인구 감소가 이어지며 빠른 성장이 전망되는 분야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서비스 로봇 시장은 2021년 362억 달러(한화 48조 원 규모)에서 2026년 1033억 달러(한화 137조 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삼수 LG전자 CSO(최고전략책임자)는 “이번 지분투자는 서비스 로봇 시장이 본격 성장기에 접어들 전망인 가운데, 사업의 ‘이기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 관점에서는 임바디드 AI(시각·언어·행동모델 기반 신체를 가진 AI)나 로봇 매니퓰레이션 고도화 등 차별화 기술 영역과 접목하여 다양한 기회를 탐색하며 로봇 사업을 미래 성장엔진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