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배상안을 어제 내놨다. 골자는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의 손실 중 대체로 20~60%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이론적으론 손실배상 범위가 0~100%지만 금감원의 시뮬레이션 결과론 20~60%가 다수라고 한다.

이 같은 배상안은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의 배상안과 비교하면 투자자 책임을 좀 더 강조한 것이다. DLF 때는 대표 사례의 손실배상 폭이 40~80%였으며 평균 배상비율은 50~60%였다. 금감원은 이번엔 손실배상의 최고 수준도 75% 정도로 떨어질 것이며, 평균 배상비율도 DLF 때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금융사고가 생기면 은행 등 금융사에만 책임을 물어 온 관행이 조금은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도 “70대에게 ELS 팔아놓고 은행들은 자기 면피를 하고 있다”(작년 11월 20일)에서, 어제는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이 종합 반영되도록 했다”로 바뀌었다.

하지만 금감원의 마인드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배상안에서도 판매사 책임은 최대 50%로 투자자 책임 최대 45%보다 높다. 판매사 책임이 더 높아야 할 근거나 이유가 있나. 또 고령층이면 금융취약계층으로 분류해 금융사들의 보호 의무가 있는 것으로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94세의 워런 버핏이 H지수 ELS에 처음 투자해 손실을 봤다면 은행이 손실의 상당 부분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논리다. 여전히 ‘인자한 아버지(paternalism)’ 역할, 다른 말로는 관치금융을 버리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키코(KIKO), DLF, 라임펀드 등과 마찬가지로 투자자와 금융사 간 분쟁에 당국이 또다시 나선 것으로 기록된 이유일 것이다.

금융당국은 ELS 처리에서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사실상 중단된 은행의 ELS 판매를 재개토록 하는 일이다. 소비자선택권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 손실 걱정보다 불완전판매 요인을 없애는 것이 당국이 할 일이다. 그게 ‘시장원리’와 ‘투자자 자기책임’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