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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역대급 세금 불복…조세 신뢰 떨어뜨리는 '누더기 세제' 손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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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납세자가 과세당국이 부과한 세금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한 사건이 지난해 전년 대비 35.2%나 늘어 2만 건을 돌파했다. 국세청에 직접 제기하는 이의신청, 심사청구까지 합치면 조세 불복은 더 늘어날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세무조사 건수가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전임 정부가 강행한 징벌적 부동산 세제를 완화했음에도 조세 저항이 유례없이 커진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납세자 권리의식이 높아진 가운데 경기 침체로 세금을 더 무겁게 느낀 탓도 있겠지만 ‘일단 때리고 보자 식’의 무리한 과세 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납세자 요구를 받아들여 과세당국에 패소 처분을 내리는 인용 결정이 열 건 중 세 건꼴로 급증하는 추세라고 하니 행정편의적 징세로 인한 기업과 개인의 정신적·재산적 고통이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조세 불복 소송의 패소율을 따져 직원 인사와 성과급에 반영하겠다”고 공언했는데, 현장 일선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런 이면에는 ‘툭하면 바뀌는’ 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안 그래도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세금 가짓수가 많은 나라 중 하나다. 종류가 많을 뿐 아니라 세목별 과세 구간과 세율도 복잡다단하다. 여기에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땜질 처방’을 거듭해 양도소득세 규정은 꼬일 대로 꼬였다. 심지어 양도세 관련 상담을 거절하는 ‘양포(양도소득세 포기) 세무사’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더구나 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내놓으면 어김없이 정치 논리가 끼어들면서 ‘누더기’로 변질하기 일쑤다. 이렇게 세제가 복잡하고 세법이 모호하다 보니 국세청 직원들은 면피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해 과세할 수밖에 없고, 조세 불복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복잡한 세제는 행정 비용을 높이고 조세 왜곡과 불신을 부추긴다. 한국 조세 경쟁력이 OECD 38개국 중 25위(미국 조세재단, 2022년 기준)에 그치는 데에도 높은 세율과 함께 난해한 조세 체제가 자리 잡고 있다. 언제까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고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난수표 세제’를 손 놓고 보고만 있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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