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시범경기를 보기 위해 관중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전날인 9일엔 5개 구장에 3만6180명이, 이틀째인 이날엔 3만7682명의 관중이 시범경기를 보기 위해 야구장을 찾았다.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은 오는 23일 개막한다.
LG와 시범경기 데뷔전서 3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최고 시속 150㎞를 던지는 강속구 신인 투수 원상현(19·kt wiz)은 직구보다 변화구가 더 자신 있는 투수다. 2024년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kt로부터 1라운드 전체 7번으로 지명받은 원상현은 1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3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데뷔전을 마쳤다. 3이닝을 던져서 삼진 5개를 잡아냈는데, 모두 변화구로 삼진을 낚았다. 특히 주 무기인 커브로는 삼진 4개를 쓸어 담아 KBO리그에 새로운 '커브 달인' 탄생을 알렸다. 원상현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커브는 진짜 자신 있다. 최근 이강철 감독님께 슬라이더 그립을 배웠는데, 오늘 경기에서 몇 번 써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원상현이 신인답지 않은 적응력을 보여준 장면은 3회 1사 후 오지환을 상대로 잡아낸 루킹 삼진이다. 원상현은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높은 커브를 던졌다. 볼이라고 생각한 오지환은 배트를 내지 않았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은 이 공을 커브로 인식한 뒤 김익수 주심에게 전달했고, 김익수 주심은 곧바로 삼진 선언을 했다. 원상현은 "오지환 선배 삼진 잡을 때는 일부러 높게 던졌다. 앞서 낮게 커브를 던져 봤는데 볼이 되더라"면서 "(이날 LG 선발이었던) 임찬규 선배님이 커브가 좋은데, 약간 높게 들어간 공이 스트라이크가 되더라. 그래서 높게 던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중 상대 투수가 던지는 장면을 보고 자기 투구에 적용하고, 원하는 곳에 변화구를 넣을 능력이 합쳐진 결과다. 이날 원상현은 최고 시속 150㎞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까지 3개 구종으로 LG 타선을 상대했다. '제4의 구종' 스플리터는 아직 연마 중이다. 원상현은 "이제 스플리터는 70∼80% 정도 만들었다. 정규시즌에 간다면 그때 써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커브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낸 원상현도, 시범경기이긴 해도 프로 첫 공식 무대에 엄청난 긴장감을 느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였고, 숙소에서 야구장까지 걸어서 출근하며 "계속 어떡하지"라고 속으로 외쳤다고 했다. 상대했던 타자 가운데 가장 까다로운 선수는 김현수다. 원상현은 "직구가 한가운데 몰리면 진짜 (공이 멀리 날아가) 없어질 거 같았다. 아무리 잘 던져도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셨다. 아직 저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현재 원상현은 kt의 유력한 5선발 후보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소형준이 6월께 돌아오면 임무를 교대하는 게 kt가 생각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원상현은 "냉정하게 저는 형준이 형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형준이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전국 최고였고, 변화구도 저보다 훨씬 뛰어나다"면서 "오히려 형준이 형이 '더 잘할 수 있다'고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고 고마워했다. /연합뉴스
시범경기 주말 평균 관중 7천386명…NC 하트·kt 원상현·한화 황준서 호투 야구의 봄을 기다려온 전국의 팬들이 9일 프로야구 시범경기 막을 올리자마자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는 9∼10일 이틀 내리 1만2천석 전 좌석이 매진됐다. 12년 만에 독수리 둥지로 돌아온 '괴물' 투수 류현진이 낳은 효과다. 벤치에서 후배들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고 경기 후에는 팬에게 사인도 열심히 해주는 류현진은 1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KIA 타이거즈와의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해 컨디션을 조율한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황준서는 3이닝 동안 안타 5개를 맞고 1점을 줬다. 삼진은 4개를 솎아냈고 두 차례 결정적인 위기를 정교한 제구로 탈출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경기에서는 삼성이 6-1로 이겼다. 2-0으로 앞선 9회초 강민호(1점), 김재혁(2점), 이성규(1점)가 릴레이로 홈런을 쐈다. NC 다이노스는 창원 NC파크에서 KIA 타이거즈를 6-4로 제압하고 전날 화력 싸움의 완패를 설욕했다. NC의 새 외국인 좌완 투수 카일 하트는 4이닝 동안 삼진 7개를 뽑아내며 2실점으로 호투했다. 2회 황대인에게 맞은 투런 홈런이 옥에 티였을 뿐, 2, 3, 4회 면도날 슬라이더와 강력한 속구를 앞세워 삼진을 2개씩 곁들이며 안정적으로 던졌다. kt wiz와 LG 트윈스가 맞붙은 수원에서도 새 얼굴 원상현의 쾌투가 돋보였다. kt의 고졸 신인 원상현은 지난해 통합 우승팀 LG를 맞아 최고 시속 150㎞ 직구와 커브 조합으로 3이닝 4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한 소형준이 돌아오는 6월까지 이강철 kt 감독은 원상현과 김민을 5선발 투수로 기용할 참이다. kt는 LG를 3-2로 따돌렸다. 2-2로 맞선 7회말 2사 2루에서 문상철이 결승 적시타를 쳤다. kt 4번 타자 박병호는 좌익수 쪽으로 2루타 2방을 날리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LG 선발 임찬규는 안타 5개를 맞고 2실점으로 3이닝을 채웠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지난해 말 삼성에서 kt로 이적한 베테랑 불펜 투수 우규민은 8회 등판해 1이닝을 탈삼진 3개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두산 베어스의 퓨처스(2군) 구장인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벌어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의 경기에서는 두산이 3-1로 이겼다. 두산 선발 이영하는 3이닝 동안 안타 1개, 볼넷 2개만 허용하고 맞혀 잡는 경제적인 투구로 무실점 역투했다. 정수빈, 김대한, 조수행은 도루 1개씩 기록하며 발야구를 테스트했다. 군 복무를 마친 키움 조상우는 6회 3년 만의 실전 등판에서 탈삼진 2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1이닝을 막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부산 안방에서 홈런 2방 등 안타 16개를 터뜨려 SSG 랜더스를 13-5로 제압했다. 전준우가 1회 좌월 석 점 포, 정훈이 8회 그랜드슬램을 각각 쐈다. 롯데는 전날에도 SSG를 6-1로 제쳐 '유통 대전'을 완승으로 장식했다. 롯데 역시 '승부사' 김태형 감독에게 거는 기대감이 커서인지 부산 사직구장에는 9일 9천483명, 10일에는 1만843명의 관중이 자리를 메웠다. 지난 2년 연속 평균자책점 6점대로 고전한 SSG의 잠수함 박종훈은 이날에도 4이닝 동안 안타 7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고 6실점 했다. 9일 시범경기 첫날에는 5개 구장에 3만6천180명(평균 7천236명), 이틀째인 10일에는 3만7천682명(평균 7천536명)의 관중이 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