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軍기동헬기 'XUH 개발' 시작…"최적화 형상을 찾아라"
우리 군이 KUH-1 '수리온' 기동헬기 등 현재 기동헬기 보다 2배 이상의 속도와 항속거리를 갖춘 '차세대 고속 중형 기동헬기(XUH)'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세대 기동헬기는 각종 무장과 탑승 인원 12명 이상을 태우고 미국의 아파치보다 빠른 450㎞ 이상의 고속으로 기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수 조원 규모의 대규모 무기개발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선행연구로 XUH 사업을 위한 차세대 헬기의 형상을 해외업체와 준비 중이고, 올 하반기 최종 형상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31년께 본격 개발을 시작해 2040년도에는 군에 배치할 XUH가 실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KAI, 해외업체와 손잡고 '3가지' 형상안 제시

XUH 프로젝트는 지난 달 한국항공우주학회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대략적 계획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우리 육군의 노후된 기동헬기(UH-60, HH-60, 벨-412, AS-332)를 대체하기 위해 비행속도·항속거리 등을 대폭 높인 고속 중형기동헬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XUH 사업을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사전 개념연구(2020년)을 진행한 뒤 2022년 10월 장기 소요과제로 결정됐다. 선행연구·소요검증 등을 거쳐 오는 2027년 사업타당성 조사, 2031년께 체계개발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

KAI는 선행연구의 일환으로 현재 차세대 기동헬기의 독자형상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해외 유수의 회전익 헬기 제작업체 협력해 3가지 종류의 형상(모델)을 우선 완성했다. 올해 안에 3가지 중 한 가지 모델을 우리 군과 방위사업청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세대 軍기동헬기 'XUH 개발' 시작…"최적화 형상을 찾아라"
차세대 軍기동헬기 'XUH 개발' 시작…"최적화 형상을 찾아라"
KAI서 구상 중인 차세대 기동헬기 모델 (위부터 동축반전, 틸트로터, 복합형 모델) / KAI 제공
KAI서 구상 중인 차세대 기동헬기 모델 (위부터 동축반전, 틸트로터, 복합형 모델) / KAI 제공
세 가지 모델을 살펴보면 '동축반전·푸셔' 방식의 헬기는 2개의 로터가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반전(Coaxial) 로터를 사용한다. 동축반전 헬기 기종을 선호하는 시코르스키 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동축반전식 헬기는 최대 이륙 중량이 크고 안전성이 좋지만, 속도가 느린 단점이 있다. 이에 따라 헬기 꼬리 부분에는 추진력을 키우는 프로펠러(Pusher·푸셔)를 달았다.
시코르스키·보잉사가 개발한 SB-1 '디파이언트' / 시코르스키 사
시코르스키·보잉사가 개발한 SB-1 '디파이언트' / 시코르스키 사
벨헬리콥터 사의 영향을 받은 '틸트로터'형 헬기는 두 개의 주 로터를 날개 끝에 배치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이착륙·호버링 모드에선 로터를 수직으로 기립시켜 양력을 만들고, 고정익 모드로 로터를 전방 쪽으로 눕혀 프로펠러 비행기처럼 전진할 수 있다. 미국 벨이 개발한 V-22 '오스프리', V-280 '밸러' 등이 대표적인 틸트로터형 항공기다. 국내 방산업계 관계자는 "틸트로터형은 연료효율이 더 좋고 5㎞ 이상의 고고도에서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헬리콥터 사의 영향을 받은 복합형 헬기는 단일 메인로터와 날개 끝단 양쪽에 푸셔 프로펠러를 장착한 형상이 특징이다. 2개의 푸셔 프로펠러를 통해 추력 효율이 높은 강점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헬기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2017년 파리 에어쇼에서 시연용으로 선보인 에어버스헬리콥터의 '레이서'. /에어버스헬리콥터 영상 캡처
2017년 파리 에어쇼에서 시연용으로 선보인 에어버스헬리콥터의 '레이서'. /에어버스헬리콥터 영상 캡처
KAI가 제시한 기술개발기 개발 일정/ KAI
KAI가 제시한 기술개발기 개발 일정/ KAI
KAI는 세 가지 모델 모두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KAI는 올 하반기 최종 모델이 선정되면 2031년 체계개발을 진행하기 전에 비행시험용 '기술개발기'도 만들 계획이다. KAI 관계자는 "차세대 기동헬기의 동축반전 등 로터시스템과 복잡한 메커니즘이 요구되는 드라이브 시스템, 플라이-바이-와이어(FBW·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 등을 기술개발기로 시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속도 빠른 '틸트로터'형 유리…기술이전은 과제

우리 군에선 차세대 기동헬기 관련해 아직 이렇다할 복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내심 '틸트로터'형이 우리 군에 가장 필요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미 육군이 2022년 미래 장거리 공격 항공기(FLRAA) 사업에서 틸트로터형인 벨의 'V-280'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FLRAA는 현재 미 육군의 UH-60 블랙호크 헬기와 AH-64 아파치 공격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사업이다. 우리 군 관계자는 "미군 V-280과 연합 훈련을 하려면 동급 성능의 틸트로터형 회전익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도 미국 FLRAA 사업을 참고로 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중에서 호버링 중인 미국의 V-280 벨러. /벨 헬리콥터
공중에서 호버링 중인 미국의 V-280 벨러. /벨 헬리콥터
다만 이 경우 벨 사가 틸트로터형 회전익 기체의 핵심 기술을 전해줄 수 있는 지 여부가 과제로 남는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벨 사 입장에서는 한국 시장에 V-280을 수출하고 싶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틸트로터형 헬기가 다른 모델에 비해 공학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어 설계가 까다로운 점도 있다.
한국항공우주학회가 제시한 차세대 기동헬기의 필요성./ 한국항공우주학회
한국항공우주학회가 제시한 차세대 기동헬기의 필요성./ 한국항공우주학회
궁극적으로 이번 사업은 기존 헬기의 작전반경을 넓혀 이른바 '합동전장권'에서 군의 역할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성능으로 보았을 때도 항속거리가 길고,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틸트로터형이 모델 선정시에 더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KAI 관계자는 "현재 군이 쓰고 있는 헬기는 일부 특수작전용을 빼고 행동반경이 작아 대부분 백령도, 마라도, 독도 등에 즉각 투입하기 어렵다"며 "비행속도와 행동반경 등 기본기가 모델 선정에 크게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