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 열 명 중 네 명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이상까지를 포함하면 열 명 중 일곱 명에 달했다. 올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중대재해 사고가 집중된 고령자 채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의 형사처벌 위험이 한층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 사망 40%가 60세 이상…건설사 "고혈압 질환자 안 뽑아요"
7일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3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 통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대재해 전체 사망자는 598명, 사고 건수는 584건이었다.

전체 사망자 중 60세 이상은 233명으로 39.0%, 50~59세 연령대는 206명으로 34.5%였다. 사망자 중 50대 이상이 73.4%에 달했다. 이어 40대 86명(14.4%), 30~39세 51명(8.5%) 순이었다.

이 같은 고령자의 사망 비율은 전체 산업인력 중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크게 웃도는 것이다. 예컨대 중대재해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고령화 정도도 가장 심한 건설업은 60대 이상 근로자 비율이 작년 2월 현재 24.0%였다. 지난해 60대 이상 중대재해 사망자 비율은 이보다도 15%포인트 높은 것이다.

이는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고령 근로자는 반사신경 등 신체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위험 상황에 쉽게 노출된다”며 “오랜 작업 관행에 젖어 안전 수칙을 상대적으로 덜 지키는 것도 사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령자일수록 자세 제어가 어려워 넘어지거나 추락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그간 산업현장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시행되면 고령자 비중이 높은 영세 중소기업은 인력 구조상 형사처벌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 사망자 통계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산업계에선 중대재해법 처벌 위험성이 커지면서 고령 근로자 고용을 제한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시공능력 평가 10위권의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고령 근로자는 매주 혈압 측정과 면담을 시행한다”며 “건강이 안 좋으면 의사 소견서를 제출해야 현장에 투입해준다”고 말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고령화 심화로 기업이 계속 고용을 추진하려고 해도 고령자의 높은 사고사망률과 중대재해 처벌 리스크가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자와 건수는 전년 644명과 611건에 비해선 각각 46명(7.1%), 27건(4.4%) 줄었다. 사망자가 5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규모별로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망자는 354명으로 전년 대비 34명 감소했다.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는 244명으로 12명 줄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망자 감소 원인에 대해 “전반적인 경기 여건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추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곽용희/김소현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