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친강 면직 후 겸직…차기 부장엔 류젠차오 당 대외연락부장 물망
'양회 이후 호주 방문설' 보도도 나와…교체 시기 양회 뒤로 미뤄질 수도
中 왕이, 내일 외교장관 기자회견…교체 전 마지막 회견 가능성
올해 중국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겸직' 중인 외교부장(외교장관) 자리를 넘겨줄 가능성이 거론되는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7일 외교부장 자격으로 내·외신 기자회견을 한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6일 공고를 통해 왕 주임이 이튿날 오전 10시(현지시간)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 관련 문제에 관한 질문에 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작년 7월 친강 전 외교부장을 임명 7개월 만에 면직한 뒤 그 자리에 직전 외교부장이던 왕이 주임을 재기용했다.

외교사령탑인 왕 주임이 체계상 하급자인 외교부장직까지 겸직하게 된 상황을 두고 다음 외교부장감을 찾을 때까지의 '임시방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1953년생인 왕 주임은 올해 만 70세로, 2022년 중앙정치국 위원에 진출할 때 이미 '7상8하'(七上八下·67세까지는 유임, 68세부터는 은퇴) 관례를 깬 바 있다.

그러나 아무리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았다고는 해도 외교부장직까지 함께 맡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실제로 대미 외교부터 세계 각지 분쟁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슈에 각종 당내 회의까지 겹쳐 분주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를 조율할 3국 외교장관 회의가 왕 주임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개최에 어려움을 겪다 작년 11월 말에야 열린 일도 있었다.

이 때문에 중국 당국이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이번 양회를 계기로 후임 외교부장을 인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왔다.

중화권·서방 매체들이 꼽는 유력한 외교부장 후보는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다.

외교부 대변인과 주(駐)필리핀 대사, 주인도네시아 대사,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국가부패예방국 부국장,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부주임 등을 지낸 뒤 2022년부터 당 차원 대외관계를 담당하는 현 직책을 맡았다.

류 부장은 올해 초 대만 총통 선거(대선)를 앞두고 미국을 방문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회동했고, 이후 인도와 일본 주중대사도 잇따라 접촉하는 등 보폭을 넓혀왔다.

미 유력지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매체들은 중국이 류 부장을 외교부장으로 발탁한다면 친강 전 부장이 상징했던 '전랑(늑대전사) 외교'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탈피하는 것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11일까지 이어질 올해 양회에서 차기 중국 외교부장이 결정된다면 왕 주임이 외교부장으로서 여는 내·외신 기자회견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외교부장 교체가 이번 양회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달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왕 주임이 양회 이후인 이달 말 호주를 방문해 양국 간의 민감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는데, 이것이 실제로 이뤄진다면 왕 주임이 외교부장 자격으로 호주에 가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구체적인 문제에 관해 내가 발표할 수 있는 소식이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