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제는 바꿔볼까 했는데..."

약 10년 된 디젤 중형 세단을 타고 있는 최모 씨(37)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하이브리드차로 바꿔볼까 하다가 마음을 접었다. 그는 "생활비도 빠듯할 뿐더러 대출 이자 부담까지 차를 바꿀 여유가 없다. 최대한 탈 수 있는 데까지 탈 생각"이라고 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 씨처럼 자동차 구매를 주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고물가·고유가 등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신차 구매 계획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루는 분위기다.

자동차가 아직 없는 회사원 김모 씨(34)도 주변에서 차를 사라는 권유에도 손사래치고 있다. 그는 "자동차 보험료, 세금, 기름값에 주차비까지 돈이 만만찮게 들어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승용차 신차 판매 대수는 9만8304대로 전년 동월 대비 13.1% 줄었다. 전월 대비로는 21.7% 감소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신차 판매 대수가 줄었다. 특히 20대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달보다 24% 감소해(4634대) 전 세대에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2월은 사회 초년생들 차량 구매가 많은 달임에도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10년 탄 디젤차 이제 바꿔볼까 했더니…" 마음 접은 이유
불황에 잘 팔리는 차인 1t 트럭 포터·봉고나 경차 판매량도 줄었다. 1t 트럭은 생계용, 경차는 저렴한 유지비로 대표적인 '불황 차'로 꼽힌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올해 1~2월 포터와 봉고의 판매량은 각각 1만1282대, 6151대로 전년 동기 대비 36.2%, 51% 줄었다. 같은 기간 경차 모닝 판매량은 2354대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가 생활에 필수적이긴 하지만 여윳돈이 생기면 바꾸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유가 등 불황이 이어지면서 차 구매를 더욱 미루는 분위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