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외국인 돌봄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며 민감한 주제인 최저임금 예외 적용을 권고했다. 어제 한은 본관에서 열린 ‘2024년 노동시장 세미나’에서다. 통화당국이 이런 논쟁적 주제에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간병이나 육아 돌봄을 원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인력 공급은 태부족이다.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여성의 경제활동 제약, 경력 단절, 저출산 문제 등을 초래하고 있다. 지금 요양병원 등에서 개인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필요한 비용은 월 370만원에 이른다. 중위소득 가구는 월 소득의 60%를 퍼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대로 손 놓고 있다가는 비용이 치솟아 가족이 생계를 접고 간병·육아에 투입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2042년에는 46조~77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1~3.6%에 달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이 0.1~0.18%포인트 깎일 것이란 우려다.

이런 상황에 외국인 인력 고용은 필수다.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이 분야 생산성이 낮은 만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에게만 최저임금을 낮춰 지급하면 국제노동기구(ILO) 차별 협약 비준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별 가구가 외국인을 직접 고용하는 사적 계약 방식을 활용해 우회하는 방법까지 제안했다. 홍콩과 싱가포르, 대만 등이 활용 중인 방식이다. 우리나라 가사도우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1만1433원인 데 비해 홍콩은 2797원, 대만 2472원, 싱가포르는 1721원에 불과하다.

오죽 답답했으면 통화당국이 나서 이런 대안까지 제시할까 싶다. 그런데도 지난해 비슷한 취지를 담은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은 노동계와 시민단체 반발에 철회되고, 최저임금위원회 안건 의제로 오른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부결됐다. 간병·요양은 중차대한 민생이자 미래가 달린 과제다. 정부와 국회는 한은의 용기 있는 목소리에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