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그리 바이든'이 美대선 판 흔든다
미국 대선에서 ‘샤이(shy) 트럼프’가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숨은 지지자인 이들은 한동안 미국 대선의 최대 변수였다. 2016년 대선에서는 예상보다 많아 트럼프가 대권을 잡았고, 2020년 대선에서는 그 비중이 현격히 줄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됐다. 이제 트럼프 지지자들은 SNS, 여론조사 등에서 스스럼없이 속내를 드러내 더 이상 ‘숨은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대신 바이든의 실책에 불만을 품고 지지 의사를 철회하는 이른바 ‘앵그리 바이든’이 선거판을 흔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앵그리 바이든'이 美대선 판 흔든다
4일 한국경제신문이 미국 대선의 분수령인 ‘슈퍼 화요일’(현지시간 5일)을 앞두고 빅데이터 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에 의뢰해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을 분석한 결과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회원 수 43만 명인 민주당 게시판에 최근 1개월간 올라온 9283건의 글에서 바이든을 인용한 횟수는 982회였다. 트럼프를 언급한 횟수(1705회)의 57.6%에 그쳤다. 회원 107만 명인 공화당 게시판에서 트럼프를 인용한 횟수(1287회) 대비 바이든 인용 횟수(865회) 비율(67.2%)보다 낮다. 김도훈 아르스프락시아 대표는 “민주당 지지자조차 바이든보다 트럼프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민주당원들이 바이든에 대한 실망과 트럼프의 상승세 위협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게시판은 분야별로 경제 관련 글이 전체의 19.9%로 가장 많았다. 공화당 게시판은 그 비중이 25.4%로 더 높았다. 이번 대선에서 경제의 중요성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하버드대가 지난달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의 42%가 인플레이션을 미국 대선의 결정적 변수로 꼽았다. CBS방송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인플레이션 등을 이유로 바이든에게 분노하고 있다”며 “이들이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선거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