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이지혜. / 사진=유튜브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캡처
방송인 이지혜. / 사진=유튜브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캡처
"어느 날 놀이터를 가보니 내 딸 빼고 애들이 다 명품 패딩을 입고 있더라구요. 명품 사줄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중고거래 앱을 열게 됐어요."

방송인 이지혜가 과거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한 말이다. 자녀에게 이른바 '등골템'으로 불리는 물건을 사주는 건 합리적인 소비가 아니라고 생각해왔지만, 결국 지갑을 열었다는 사연이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면서 사회에 한 명의 자녀를 공주나 왕처럼 키우는 '골드키즈' 현상, 주변 지인들이 한 명의 자녀를 위해 소비하는 '텐포켓' 현상 등 각종 신조어가 넘쳐나고 있다. 이는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식의 확대가 낳은 현상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유·아동을 겨냥한 명품 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의 지난해 프리미엄 유·아동 브랜드 매출은 불경기 속에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먼저 최근 베이비 디올의 '선물 전문 매장'을 국내 최초로 연 신세계백화점의 지난해 수입 아동 장르 매출은 15% 늘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펜디키즈와 지방시키즈 등 명품 유아복 브랜드 매출이 10% 증가했다. 부가부, 스토케 등 프리미엄 브랜드 유아용품 매출도 25% 늘었다. 현대백화점에서는 26.7% 늘었다.
사진=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베이비 디올 매장.
사진=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베이비 디올 매장.
역대급 불황 속에서도 이처럼 유·아동 명품이 선전하는 건 저출산 기조에 따라 자녀에게 적극 투자하는 'VIB(Very Important Baby)족'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혹시 내 아이만 뒤처지지 않을까' 하는 부모들의 심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분위기를 겨냥해 백화점 업계는 VIB족을 노린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베이비 디올, 몽클레르 앙팡,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등 명품 아동복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등을 중심으로 버버리, 겐조, 펜디, 지방시 등의 키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이달 판교점에 몽클레르 앙팡을 열고 6월에 베이비 디올 매장도 선보일 계획이다.
방송인 이지혜. / 사진=유튜브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캡처
방송인 이지혜. / 사진=유튜브 '밉지 않은 관종 언니' 캡처
새 물건을 살 필요가 없다고 느끼거나 부담스러운 부모들은 중고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국내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서 지난 2월 1~23일 '버버리 키즈' 키워드로 등록된 거래 글은 485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284건) 대비 1년 만에 70% 이상 급증했다. '몽클레어 키즈' 등 다른 명품 브랜드 관련 글도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으로 귀해진 자녀나 조카, 손자 등을 위해 지갑을 열기를 마다하지 않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백화점 업계도 이런 상품군을 지속해서 강화하는 추세"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