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박용진, 홍영표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홍영표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공천 논란을 둘러싼 성토장이 됐다. 친문 좌장인 홍영표 의원은 "왜 당신 가죽은 안 벗기느냐"고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비판했다.

27일 열린 의총에서 비명(비이재명)계는 '현역 의원 하위 20%' 선정과 여론조사 업체 추가 논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경선 배제(컷오프) 등 최근 일련의 공천 과정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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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하위 평가 통보받은 홍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자기 가죽을 벗기지 않고 본인 손만 피범벅"이라고 직격했다고 전해졌다.

앞서 이 대표가 공천 논란에 대해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고통"이라고 말한 것에 반발한 것이다.

당 지도부가 비공식 여론조사 실시 등 공천 논란을 일부 인정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비이재명계는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며 갈등을 표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발언을 안하겠다고 손짓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발언을 안하겠다고 손짓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공천 심사를 총괄 관리하는 조정식 사무총장과 김병기 사무부총장을 향한 사퇴 요구도 나왔다.

최근 불공정 조사 의혹으로 논란이 됐던 한 여론조사업체와 관련해선,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정필모 의원은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문제가 되는 업체를 끼워 넣었다. 허위 보고로 나도 속았다"며 "더 이상 공정한 선거관리를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사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그간 제기된 각종 공천 의혹에 대해 진상 조사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자는 요구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의원은 "지난번 지방선거할 때도 이재명 대표가 갑자기 계양을에 출마하고 현직 국회의원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왔다"면서"그때도 '문제다'라고 제기했는데 전혀 듣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가 어땠나? 지방선거 참패였다"면서 "지금 당 지도부의 여러 가지 상황 판단이나 태도를 보면 그때하고 똑같은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 비명계 현역 의원 및 원외 인사들이 공천 심사 결과에 반발하며 잇따라 탈당했다. 연쇄 집단 탈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한 민주당 탈당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앞서 탈당한 김영주 이수진 의원에 이어 세 번째 탈당이다.

박 의원은 "동료 의원들을 조롱하고,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는 듯한 태도로 공천이 아닌 망천(亡薦)을 강행하는 무모함과 뻔뻔함에 질려 더 이상의 기대는 어리석은 것임을 깨달았다"며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 1인 지배를 위한 사당으로 전락하고 방탄과 사욕을 위한 전체주의 집단으로 변질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전날 민주당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받고 탈당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탈당 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설훈 의원 또한 탈당 선언에 앞서 이 자리에서 고별사를 전했다. 앞서 설 의원은 '현역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데 대해 '비명 학살'이라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이 대표를 향해 "대표직도 내려놓고 총선 출마도 하지 말고 이 상황을 책임진다고 하고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형선고를 받고도 살아나서 대통령이 됐는데, 감옥 가는 게 뭐가 두렵나"며 "잘못한 게 없으면 국민이 (감옥에서도) 끄집어낼 것"이라고 한 뒤 탈당을 선언했다.

이날 의원들의 성토가 빗발치며 회의가 과열 양상을 띠자 홍익표 원내대표는 "거친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특혜 의혹·성남FC 사건 공판 출석을 이유로 의총에 불참하려다 뒤늦게 도착했다. 이어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지는 2시간40여분간 진행된 내내 침묵을 지키고 듣기만 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20일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명단 통보 후 반발이 잇따르는 것에 대해 "새로운 모습으로 환골탈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종의 진통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평가 결과에 대해 모두가 만족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본인은 동의하지 못하는 평가에 대해 당연히 불평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혁신이라는 게 언어, 의미가 가지는 것처럼 정말 가죽을 벗기는 고통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22일엔 당내 공천 논란에 대해 해명하며 "주관적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에 이런 게 있다. 심사위원의 심사 의견도 있지만 동료 의원의 평가, 그걸 거의 0점 맞은 분도 있다고 하더라. 여러분도 아마 짐작할 수 있는 분인 것 같다. 0점"이라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려 논란이 됐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