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 증시 밸류업, 총선에 달렸다
정부가 지난 26일 증시 밸류업 방안을 발표한 뒤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주가가 하락한 건 차라리 다행스럽다. 내놓은 정책이 맹탕이어서가 아니다. 내용이 더 담겼더라도 주가는 빠졌을 것이다. 기업의 내재가치, 즉 펀더멘털은 바뀌지 않았는데 정부 정책에 대한 막연한 기대로 단기 급등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공매도 한시 금지 조치 후 상한가로 직행한 배터리주가 이튿날 폭락한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정부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오르는 시장은 정상적이지 않다. 주가가 하락한 것은 어쩌면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 핵심은 이해관계 불일치

그럼에도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계획대로 계속 내놔야 한다. 단순한 주가 부양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스템 장애가 녹아들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증시 활성화에는 필요조건에 불과하지만 저성장, 혁신 저하, 빈부격차, 연금개혁 등 다양한 구조적 문제를 풀 열쇠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 혼자 발버둥 쳐서는 해소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미스터 마켓’은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이 보여준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이해관계 불일치다. 대주주와 소액주주, 전체 주주와 이사회, 납세자와 비납세자, 경영진과 금융당국 혹은 경영진과 수사당국 간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깔끔하게 일치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그런 복잡한 이해관계를 대체로 잘 일치시켜놓은 사회가 혁신을 통해 증시의 장기적 우상향을 이끌어온 미국이다.

그런 측면에서 “과도한 상속세를 완화하면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기업 가치를 높여 서민들이 자산 증식 기회를 얻고 국민연금도 이득을 볼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민생토론회 발언은 나름 핵심을 잘 짚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국회가 사회적 대타협 이끌어야

우리 사회에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관은 국회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모든 것을 정쟁화하는 기관으로 전락했다. 징벌적 상속세 완화는 부자 감세 프레임에, 경영권 방어제도 도입은 재벌 편들기 프레임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상법 개정은 약탈적 해외 자본의 경영권 침탈 프레임에 가둬버렸다.

게다가 한국 국회는 규제 제조기다. 과도한 자산 운용 관련 규제로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 포퓰리즘이 만연하고 가격 발견 기능이 저하돼 장기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난다. 은행의 이익 창출 및 주주 환원 수준을 금융당국이 결정하는 관치, 걸핏하면 기업인을 배임으로 단죄하는 사법 만능주의도 결국 국회의 책임이다. 민간 영역까지 모두 다 정치화해놓은 탓이다.

이 모든 프레임을 벗기고 낡은 규제를 철폐하려면 동시에, 한꺼번에 해야 한다. 국회가 사회적 대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4·10 총선이 중요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게 왜 중요하고, 이를 위해 국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을 최대한 많이 국회에 진입시켜야 한다. 21대 국회처럼 패거리 정치와 혐오 정치만 일삼는 이들이 또다시 국회를 채우면 국민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4년 더 감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