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에 참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싱가포르·홍콩에서도 유명합니다."
"투자자들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보다 좋아해요."

여의도 증권가가 '이복현 효과'로 들썩이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이복현 미니 갤러리'가 개설됐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한동훈 위원장과 비교하는 글까지 늘었다. 지난달 28일 "불량 상장사는 퇴출할 것"이란 발언 이후 발언 이후 그의 인기는 더 치솟았다. 주가 부양 정책인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을 싣는 이 발언이 외국인 투자자를 움직였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이 원장에 대한 분위기를 위와 같이 전하기도 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전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0조96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동기 기준으로 199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사상 최대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지난 15일에는 코스피 지수가 모처럼 2700선을 뚫기도 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싹쓸이하는 데 대해 다소 의외라는 평가가 많다. 공매도 거래를 금지한 데다 기업의 올해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꾸준히 낮아진 결과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덕분이다.

지난달 발표 당시 매력적 유인책이 없어 '맹탕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은 밸류업 프로그램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복현 원장이 지난달에 “상장사도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한국거래소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정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싱가포르와 홍콩 금융회사에 근무하는 한국인 펀드매니저들이 상당히 많다"며 "이들은 이 원장의 발언을 자세히 분석해 본사에 공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자신이 몸담은 외국계 기관을 설득해 한국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정부도 '밸류업 세일즈'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정부 의지를 설명했다. 이 원장도 오는 5월 13~17일에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등과 오는 미국과 독일, 스위스 등을 찾아 ‘밸류업 알리기'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이 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다. "퇴출하겠다"며 상장사를 압박하고 군기를 잡는 듯한 방식에 기업의 반발과 시장의 비효율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