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관광객들이 벚꽃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20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관광객들이 벚꽃 사이를 걸어가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지구 온난화로 지구촌의 꽃놀이 시계가 빨라졌다. 멕시코에서는 통상 봄에 피던 꽃이 1월에 만개했고,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도 벚꽃의 개화 시기가 매년 앞당겨지는 상황이다. 봄을 알리는 꽃은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동시에 기후변화가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경고를 날리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멕시코의 봄꽃 ‘자카란다꽃’은 지난 1월 초부터 개화하기 시작했다. 3월 말에나 피어 늦봄과 초여름을 알렸던 이 꽃은 올해 평년 대비 약 두 달가량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멕시코시티에 핀 자카란다 꽃(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멕시코시티에 핀 자카란다 꽃(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로수를 수놓은 보랏빛 꽃은 시민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멕시코 현지 과학자들은 조기 개화 현상의 주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했다.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의 대기과학 및 기후변화 연구소 소속 콘스탄티노 곤잘레스 연구원은 “기온 상승으로 멕시코시티에서 겨울이 끝나는 시기가 3월 말에서 1월 중순으로 앞당겨진 영향”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기후 변화와 자카란다의 개화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도시 전역에서 데이터와 위성 이미지를 수집해 매년 개화 시기를 비교하는 연구 그룹을 최근 만들었다.

동아시아도 마찬가지다. 이미 일본 시즈오카현에서는 가와즈 벚꽃이 만개했다. 다른 벚나무보다 한 달가량 일찍 개화하는 품종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개화 시기가 해를 거듭할수록 빨라지고 있어 올해는 ‘겨울 벚꽃’이 나타났다.

경상남도 창원시는 지난 1일 우리나라의 대표 벚꽃 축제 ‘진해 군항제’를 3월 22일 개막한다고 밝혔다. 행사 시작(1963년) 이래 가장 이른 개막일이다.

이미 지난해 일본에서는 1953년 집계 이래 가장 빨리 벚꽃이 피었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할 예정이다. 영국 BBC방송은 24일 “작년 4월 도쿄의 벚꽃을 즐기기 위해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은 예상보다 꽃이 일찍 피는 놀라운 상황을 직면했다”며 “이른 벚꽃은 앞으로 다가올 더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전조”라고 분석했다.
20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관광객들이 벚꽃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20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관광객들이 벚꽃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FP연합뉴스)
리처드 프리맥 보스턴 대학교 생물학 교수는 “왕벚나무는 50~60년 전보다 2주 정도 일찍 개화하고 있으며, 이는 날씨가 더 따뜻해진 탓”이라며 “벚나무는 세계에서 기후 변화의 생물학적 영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벚꽃이 일본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인 만큼 지구온난화가 일본 여행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본 미에 대학의 기후 및 생태계 역학 교수인 타치바나 요시히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지 못하면 2월에 벚꽃을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봄에는 꽃을 보지 못하고 여름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더워지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방문을 중단할 것”이라고 BBC에 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