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경기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중화권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일본과 대만에 비해 중국이 저점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정책에 대한 기대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선 자산 가치가 높고 저평가된 중국 주식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中도 증시 밸류업 나서…줍줍할 저PBR株 찾기
22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7% 오른 2988.36에 마감했다. 7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이달 들어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 H지수는 각각 7.17%, 10.18% 반등했다.

최근 랠리의 가장 큰 배경은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이다. 지난달 말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의 핵심성과지표(KPI) 항목에 시가총액을 편입하기로 했다. 중국 전체 시가총액의 약 40%를 차지하는 국유기업 주가를 부양하려는 취지다. 이른바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이다. 지난 6일에는 국유투자회사인 중국중앙후이진투자유한회사가 “중국 상장지수펀드(ETF)를 더 많이 매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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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과 보험, 원자재 업종 등 가치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세다. 이날 중국공상은행 주가는 0.37% 오른 5.42위안에 마감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올 들어 13.3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정유사 페트로차이나와 석탄업체 신화에너지 주가는 각각 29.89%, 30.30% 급등했다. 보험사인 중국인민보험그룹도 10.33% 올랐다.

전문가들은 중국 가치주의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랜 주가 하락기를 거치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로 떨어진 곳이 많다는 점에서다. 중국의 대표 국유은행인 중국은행 주가는 올해 들어 15% 가까이 올랐지만, PBR은 여전히 0.52배에 그치고 있다. 농업은행과 중국공상은행의 PBR은 각각 0.52배, 0.53배 수준이다. 중국석유화학(0.95배)과 중국인민보험그룹(0.97배)도 PBR 1배를 밑돈다.

중국 증권가에선 증시안정기금의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증안기금이 투입되면 가치주 반등세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증안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발표된다면 중국 증시가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증권가는 가치주와 달리 소비주·성장주는 반등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서 시작된 중국 내수 소비 위축이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 소매 판매 증가율은 7.2%로 2015년 이후 5년간 평균치인 9.5%에 훨씬 못 미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수세도 가치주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은 중국 주식을 137억위안어치 순매수했다. 가치주 비중이 높은 상하이거래소 상장 종목을 355억위안어치 사들였다. 반면 정보기술(IT) 등 성장주 비중이 높은 선전거래소 상장 종목은 21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박수현 KB증권 연구원은 “3월 양회를 앞두고 단기적인 경기 회복에 따라 국유기업 테마에 해당하는 고배당주 위주로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