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퍼 안신애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한경DB
프로골퍼 안신애는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하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했다. /한경DB
2022년 4월, 안신애(34)는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를 찾았다. “‘골프 이후’에 대한 고민으로 머릿속이 가득 차 있었을 때였죠. 선수 생활을 끝내기 전에 저의 우상인 타이거 우즈(49·미국)를 마지막으로 한번 보고 싶었어요.”

‘미녀 골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던 안신애. 그는 ‘아멘 코너’ 12번홀 티잉 구역 바로 뒤에 자리를 잡았다. 우즈의 플레이만 보고 일어날 생각이었다. 그러나 다리를 절뚝이며 나타난 우즈를 본 순간 안신애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우즈가 떠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는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며 “다리 여러 곳이 부러지고 절뚝이는 우즈도 저렇게 노력하는데 내가 뭐라고 쉽게 골프를 포기하는가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선수와 관중을 나누는 로프가 눈에 들어왔다고 했다. “선수로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로프 안’이 그렇게 멋진 곳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어요. 로프 안으로 어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안신애 "이제 잃을 게 없으니 과감히 여러 시도할 것"
2019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를 끝으로 투어 생활을 중단한 안신애가 필드로 돌아온다. 그는 지난해 말 J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파이널 스테이지에서 공동 15위를 기록해 2024시즌 상반기 ‘풀시드’를 확보했다. 안신애는 “골프가 정말 치고 싶었다”며 “긴 시간을 쉬었지만 그만큼 노련해졌다고 생각한다. 계속 골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안신애는 ‘미녀 골퍼’라는 수식어의 원조라고 할 만한 선수다. 출중한 실력을 바탕으로 화려한 외모와 남다른 패션 센스로 수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녔다. 외모 때문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의 업적이 가려졌을 정도다. 골수팬이 아니라면 그가 KLPGA투어에서 메이저 트로피(2015년 KLPGA 챔피언십)를 들어 올린 것을 포함해 통산 3승을 거뒀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2017년부터는 일본으로 건너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승승장구하던 안신애의 커리어를 멈춰 세운 건 게으름도, 슬럼프도 아닌 코로나19였다. 2020년 2월 말, 안신애는 일본 정부의 외국인 입국 제한 조치 ‘록다운’ 때문에 동해를 건너지 못했다. 그해 JLPGA 풀시드가 있었지만 입국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대회를 뛰지 못했고 결국 시드도 사라졌다. 그는 “출국 2~3일 전에 록다운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았다”며 “여러 방편으로 알아봤지만 방법이 없었고 ‘골프를 그만두라는 하늘의 계시인가 보다’ 하고 낙담만 하고 있었다”고 했다.

마스터스에서 우즈를 보고 나서 안신애는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클럽을 잡았다. 그해 겨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1차전에 출전해 합격하기도 했다. 안신애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 내 경쟁력을 확인하고 싶었다”며 “2차전은 포기했지만 내 몸이 골프를 기억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난해 JLPGA투어 시드전을 통해 올 상반기 활동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안신애는 일본을 주 무대로 삼으면서 간간이 국내 팬들에게도 인사할 예정이다. 안신애는 “예전에는 잘하는 샷 위주로 연습했지만 이제는 잃을 게 없으니 여러 구질로 다양한 샷을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긴 공백은 노련미로 메꾼다는 계획이다. “투어를 쉬는데도 저를 응원해주는 많은 분이 계셨습니다. 골프선수로는 나이가 많지만 이 세상을 살기에는 아직 젊은 나이잖아요. 자신감을 갖고, 팬들의 응원에 부응하는 선수가 될게요.”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