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어제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 특정감사를 통해 노무법인 등을 매개로 한 ‘산재 카르텔’ 의심 정황과 부정수급 사례를 다수 적발해 수사 의뢰와 환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일부 노무법인은 진단비용 대납, 각종 편의 제공을 통해 환자를 자신들이 거래하는 특정 병원으로 유인했다. 이를 통해 연 100여 건의 사건을 기업형으로 수임하고 환자가 받은 산재보상금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챙겼다. 노무사나 변호사가 아닌 ‘산재 브로커’들이 산재보상 전 과정을 처리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일부 사례겠지만 노무법인-병원-자격 미달 환자의 ‘산재 카르텔’이 산재보험 재정을 갉아먹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산재보험 급여 지출액은 지난해에만 7조원이 넘는다.

고용부의 감사 결과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난해 산재 승인 건수 14만4000여 건의 0.3%에 불과한 부정수급건을 놓고 전체 산재 근로자를 모욕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노동계의 주장과 달리 산재보험을 둘러싼 도덕적 해이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외부 신고와 자체 인지로 조사한 883건 가운데 55%가 부정수급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 밖의 의심사례 4900여 건도 뒤져보면 다양한 형태의 비리가 나올 것이다.

이 기회에 산재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 근로자가 제대로 치료받고 하루빨리 직장에 복귀하도록 돕는 게 산재보험의 목적인데 제도적 허점이 장기요양 ‘나이롱 환자’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6개월 이상 장기요양 환자가 전체의 절반에 달하고 의료기관을 64회 옮겨가며 4년 넘게 요양하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퇴직 후 언제든지 산재를 신청할 수 있게 돼 신청자 93%가 60대 이상이라는 ‘소음성 난청’ 문제도 해법이 필요하다.

기업과 근로자가 절반씩 내는 국민연금, 건강보험과 달리 산재보험은 사업주가 100% 부담한다. 그러다 보니 보험료율을 올리는 데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기업이 화수분이 아닌 이상 지속 가능한 제도를 유지하려면 주인 없는 곳간처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산재 근로자를 위한 길임을 노조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