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수익률 34%, 3년 수익률 62%, 5년 수익률 132%….”

인도 펀드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서울 강남 고액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밀려들면서 순자산 규모는 처음으로 2조원을 넘어섰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인도 시장의 가능성을 내다보고 현지 증권사 셰어칸을 인수한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코끼리 등에 올라타자"…인도펀드 2조 돌파

3년 수익률 해외펀드 1위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28개 인도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 규모는 2조560억원으로 집계됐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마이너 상품’ 취급을 받았지만 이젠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중 미국(22조5705억원) 중국(5조1896억원) 다음으로 덩치가 커졌다. 설정액 규모가 1조3억원이란 점을 감안하면 펀드 가입자는 평균 두 배 이상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인도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34.14%로 집계됐다. 이 기간 유형별 해외 주식형 펀드 중 미국(36.43%)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였다. 베트남(18.51%) 중국(-26.04%) 등 다른 신흥국 펀드를 압도했다.

펀드별로 보면 ‘삼성인도중소형FOCUS’의 수익률이 59.86%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미래에셋연금인디아인프라’(50.69%), ‘신한인디아’(30.76%), ‘피델리티인디아’(28.38%) 등의 성과가 우수했다. 상장지수펀드(ETF)인 ‘KOSEF NIFTY50인디아’의 수익률은 23.61%로 집계됐다.

중장기 수익률도 우수하다. 3년 기준으로는 인도 펀드 수익률이 62.16%로 전체 해외 펀드 중 단연 1위다. 같은 기간 신흥국 시장뿐 아니라 미국(41.23%) 일본(31.84%) 등 선진국 펀드보다도 높았다.

중국에서 인도로 ‘머니무브’

미래에셋의 글로벌전략가(GSO)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인도 증권사 셰어칸을 인수했다. 그는 인도 시장의 강점으로 미·중 갈등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고 평균 연령이 낮으며 혁신 정보기술(IT)·디지털 전문인력을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월가도 인도가 머지않아 중국을 대체할 것이란 의견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인도 증시 시가총액은 지난달 4조달러(약 5344조원)를 넘어서며 홍콩을 제치고 세계 4위로 도약했다. 모건스탠리는 2030년 인도 증시가 세계 3대 주식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5%로 세계 평균(3.1%)은 물론 중국(4.6%)도 웃돌았다.

신흥국 대표 투자처이던 중국이 경제 성장 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등으로 부진하자 인도 펀드로 투자금을 옮기는 ‘머니무브’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프라이빗뱅커(PB)는 “인도는 신흥국 펀드로 분류되지만 미국 펀드처럼 수익률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매년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며 “퇴직연금 등 중장기 수익을 목표로 하는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