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진료 거부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등 집단행동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궐기대회를 열기로 한 가운데 서울 대형 병원 전공의도 집단행동에 참여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반포동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비치된 휠체어.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하고 있다.1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16개 시도 의사회는 오는 15일 전국 곳곳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의협은 지난 7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집단행동 계획을 논의해왔다. 집단행동을 이끌 비대위원장은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맡았다.오는 15일 열릴 전국 16개 시도 의사회 궐기대회는 의협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후 첫 단체행동이다. 구체적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의사들이 가세할 것으로 전해졌다. 의협 비대위는 15일 궐기대회에 이어 오는 17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대표자회의를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밖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는 비대위에서 논의해 결정할 방침이다.응급의학과 전문의들도 비대위를 꾸리고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이날 비대위 구성을 알리며 "더 이상 의사들을 범죄자 소탕하듯이 강력하고 단호하게 처벌하려 하지 말라"며 "국민 건강과 보건의료 전문가로 인정하고 대화와 협력에 나서라"고 촉구했다.그러면서 "우리는 환자를 살리려는 의사들로, 우리가 주장하는 것은 환자를 살릴 수 있는 제대로 된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며 "더 이상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우리 모두 응급의료 현장을 떠날 것"이라고 덧붙였다.보건복지부는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기 전 이미 파업 돌입 즉시 업무복귀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실무적으로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전공의 개개인에게 보낼 수 있도록 준비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 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전회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국 16개 시도지부 및 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대표자와 임원들이 정부의 의대 희망 증원 수요 발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강은구 기자
정부가 의대 정원을 파격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정원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힘을 실었다. 윤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 회의에서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무려 19년 동안 묶여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사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지방은 중대 위기를 맞았다"며 "노인 인구가 크게 늘어 의료 수요도 폭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06년 당시 65세 이상 노인은 458만6000명으로 인구의 9.6%였지만, 2022년에는 901만8000명으로 인구의 17.5% 차지한다. 2025년에는 20.6%로 증가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며 "보건사회연구원의 추산에 따르면, 2035년 기준으로 2만7232명의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우리나라 임상의사 수는 2021년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 다음으로 적다"며 "현재와 미래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의사 수 확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제는 인원이 아니라 배치'라는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해선 "일리 있는 주장"이라면서도 "현재의 의료서비스 상황으로 보나 미래의 의료 수요 추세로 보나 정원 확대가 문제해결 대전제라는 것은 너무 분명하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지방 의료를 되살리고, 소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를 되살리는 것도 일단 의사 수가 지금보다 많아져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현재 의료계가 요구하는 필수 의료 수가 개선, 의료 사고 부담 완화,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 등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논의"할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의료계 파업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