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확대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전국 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에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대집 전회장 등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전국 16개 시도지부 및 전공의협의회 등 의사 대표자와 임원들이 정부의 의대 희망 증원 수요 발표와 관련한 대책을 논의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수요 조사 발표 후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았지만 대립각만 세우다 10분 만에 회의가 파행으로 끝났다.보건복지부와 의협은 22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콘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었다. 전날 복지부가 대학들의 의대 정원 확대 수요 조사를 발표한 뒤 처음 협상에 나선 것이다.양동호 의협 협상단장(광주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회의가 시작되기 전 작심한 듯 먼저 입을 열고 "(정부에서) '핵폭탄'을 날리셔서 우리 협상단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필수·지역의료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로 했는데 조사 결과를 먼저 발표했다"며 "이는 고양이(대학)한테 생선이 몇 마리씩 필요하냐고 묻는 것과 똑같다"고 덧붙였다.의협은 전날 의대 정원 수요 조사 결과 발표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이대로 정원 확대를 강행하면 총파업 등 2020년 파업 수준을 넘어서는 강경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한편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제 막 의대 정원 증원의 첫발을 뗀 상황에서 벌써 의료계에서는 총파업과 강경 투쟁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어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병원의 인력이 부족하고, 수억원 연봉으로도 의사를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하면서도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반대하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정 정책관은 의대 정원 수요 조사에 대해 "정원을 늘리려면 학교에서 교육할 수 있어야 하니까 진행한 조사였다"며 "세부적으로 학교별 교직, 교원의 수, 수련받는 병원의 역량까지 조사했다. 이를 고려해야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한 차례 설전을 벌인 양측은 모두발언 직후 회의를 마쳤다.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2025학년도부터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늘린 정원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2030학년도까지 넓히면 이들이 추가로 수용 가능하다고 제시한 의대 정원은 4000명에 육박한다. 기존 대학의 높은 수요를 확인한 만큼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국 의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보건복지부는 국내 40개 의대에서 제출한 2025학년도 증원 희망 인원이 2151~2847명으로 집계됐다고 21일 발표했다. 복지부는 교육부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2주간 정원 확대 수요조사를 했다. 구체적인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하기 전 기존 의대의 학생 수용 역량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정부는 40개 의대에 2025~2030년 연도별로 희망하는 정원 확대 인원을 최소치와 최대치로 구분해 제출하도록 했다. 최소치는 각 대학이 보유한 교육시설과 교수 인원만으로도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생 수다. 별다른 조치 없이 바로 증원 가능한 규모다. 최대치는 추가로 교수 등을 확보해 가르칠 수 있다고 밝힌 학생 수다.이를 토대로 보면 올해 고교 2학년이 입시를 치르는 2025학년도부터 전국 의대들은 현 정원(3058명)보다 70.3~93.1%까지 학생을 늘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학년도엔 정원을 지금보다 2738~3953명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을 89.5~129.3%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르면 다음달 말 정원 규모 결정정부는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1000명 정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이번 수요조사를 통해 의대들이 이보다 더 큰 폭의 정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는 게 확인됐다. 이번 조사엔 기존에 의대를 운영하는 대학만 포함했다. 의대 신설을 요구하는 대학의 수요까지 반영하면 대학들이 원하는 증원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복지부는 의학계, 교육계, 평가전문가 등과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각 대학이 제출한 의대 증원 수요가 타당한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대학별로 제출한 서류를 1차 평가한 뒤 현장 실사를 나갈 계획이다. 점검반 활동은 이르면 다음달 마무리된다.이후 활동 내용이 교육부에 전달되고 지역별 인프라와 대학별 수용 가능성 등을 종합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결정할 방침이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복지부가 파악해 전달한 수요 규모를) 교육부가 학교별로 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12월 말, 늦어도 내년 1월 초까지는 (증원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의사협회 “강경 투쟁할 것” 반발정부는 2006년 이후 18년간 변동이 없었던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논의 속도를 더 높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학들의 높은 수요가 확인된 데다 정치권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서다.의료계 반발이란 변수는 여전히 남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과학적 근거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하면 강경 투쟁에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전공의, 공중보건의, 군의관 등으로 구성된 젊은의사협의체도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여러 이해관계자로 인해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며 “정부가 정책을 졸속으로 강행하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정부는 지역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오픈런’ 등의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적정 인력을 파악하기 위해 대한병원협회를 통해서도 인력 수요 조사에 나섰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확대키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6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보건복지부는 교육부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의학교육점검반’을 통해 대학의 교육 역량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또 의료현안협의체,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등 논의를 통해 의료계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하기로 했다.대학에 증원 여력이 있는 경우 2025학년도 정원에 우선 고려하고, 증원 수요는 있으나 추가적인 교육 역량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는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한다는 방침이다.특히 의사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2025학년도 정원은 기존대학을 중심으로 우선 검토하고, 지역의 의대 신설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또한 정부는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로 유입되도록 ▲의료사고 부담 완화 ▲수가 보상 강화 ▲근무여건 개선 등 정책패키지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의료사고 부담완화의 경우 ‘형사처벌 특례 확대’, ‘필수의료 분야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 지원’ 등 필수의료 종사자의 민·형사상 부담을 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상 강화에 관해선 중증응급과 고난도·고위험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며, 필수의료 저평가항목에 대해 수가를 인상하는 등 공공정책수가를 통해 지역과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여기에 국립대학교병원 교수 등 필수의료 전문의 채용을 확대하며, 전공의의 근로부담을 완화하고, 교육수련을 강화하는 등 필수의료 근무여건도 개선키로 했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겪고 있는 위기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의사인력 확대는 인구 초고령화에 대비하고 의료수급을 안정화하기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이어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여 정원 확대 규모를 결정하겠다”며 “의료계에서도 정부와 함께 충분한 의사인력 확대를 위한 논의에 열린 마음으로 동참해주시기 바란다”고 전했다.한편, 이번 정부의 발표에 의사단체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6일 입장문을 통해 "소아, 분만, 중증·응급 같은 필수·지역의료 현실은 '밑 빠진 독'과 다름없다"며 "깨진 항아리에 아무리 '많은 물'(의대 증원)을 부어도 결국에는 모두 새 나간다"고 비판했다.의협은 "정부가 하려는 의대 정원 수요 조사는 이해에 따라 왜곡된 조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 조사의 결과가 의대와 부속병원,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 등의 희망에 따라 도출되면 조사 객관성은 상실될 것"이라고 주장했다.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도 "의대 입학 정원은 국민 보건 향상과 사회적 수요를 감안해 필요한 경우 조정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증원이 필수의료 붕괴나 지역의료의 공백 해소를 위한 유일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이어 "정원 증가에 따른 교육 질 저하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40개 의과 대학과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며 "증원 규모는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의료계와 정부가 협의해 정하고, 향후에는 의사 수급을 정기 모니터링해 정원 규모를 조절하는 전문가 기구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