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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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끝나면 자녀의 세뱃돈 용처를 놓고 고심하는 부모들이 많다. 증시 투자 열풍이 불면서 자녀 명의로 주식 계좌를 개설해 세뱃돈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부모들이 세금을 아끼면서 자녀의 투자를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2일 KB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이 회사 고객 중 주식을 보유한 만 18세 이하 미성년 고객 수는 17만5260명으로 4년 만에 1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4년 전인 2019년 미성년 고객은 1만1632명이었다. 전체 미성년 고객 비중 2019년 1.5%에서 작년 5.93%까지 늘었다. 세뱃돈과 같은 자녀의 돈이 주식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뱃돈을 계기로 자녀 명의로 투자에 나설 때 세금을 물지 않는 선에서 미리미리 증여에 나서는 방안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행 세법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세 없이 주식 또는 현금을 증여할 수 있는 상한선을 10년간 합산 200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만약 이를 초과할 경우 초과 금액에 따라 10~50%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자가 친족이라면 공제한도는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자녀 명의로 주식을 매입하면 투자 원금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된다. 그러나 배당금이나 매각차익 등 투자 성과에 대해서는 증여세가 부여되지 않는다. 따라서 세뱃돈 등으로 받은 원금을 정확하게 계산하는게 중요하다.

왕현정 KB증권 절세연구소장은 "미성년자의 계좌에서 재산 형성 목적 자금과 소비 목적 자금의 납입이 섞이면 세금 계산이 까다로워질 수 있어 투자 계좌는 별도로 분리하는 것을 권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증여세 공제한도를 충족하는 시점을 잊지 말고 제때 신고하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현금이 아닌 주식 현물을 직접 물려준다면 증여세 계산이 조금 더 복잡해진다. 증여일 전후 2개월의 종가를 평가해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식을 받은 시점에서 바로 신고하는 것도 세금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신고를 미뤘다가 주식의 가치가 나중에 크게 불어날 경우 더 많은 증여세를 내야 할 수도 있어서다.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둔다면 자녀 명의의 연금저축계좌를 개설해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면 매매차익과 분배금을 포함한 수익금에 대해 15.4% 배당소득세를 내야한다. 하지만 연금저축계좌를 이용하면 수익금에 대해 세금을 원천징수하지 않고 과세를 미뤄준다. 이때 과세가 미뤄지면서 수익금이 재투자에 활용될 수 있어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연금계좌의 가장 큰 혜택인 소득공제도 성년 이후에 소급해 받을 수 있다. 연금계좌 납입액 전환특례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왕 소장은 "연금저축계좌는 55세 이후부터 연금으로 인출한다면 3.3~5.5%의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며 "다만 그만큼 긴 호흡을 두고 투자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