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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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올해 인공지능(AI) 신사업을 수익화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무선통신 분야에선 더 이상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해외 기업들과 공동 개발한 AI 모델을 올해 상반기 공개하고 글로벌 진출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AI로 수익 내는 기업되겠다”

SK텔레콤은 5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오픈AI, 앤트로픽 등 해외 기업과 공동 추진 중인 텔코(통신사)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의 주요 기능을 올해 상반기 중 공개할 것”이라며 “여러 AI 솔루션을 사업화해 전 세계를 통틀어 AI로 수익을 내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크게 두 가지 AI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오픈AI, 엔트로픽 등과는 ‘텔코 특화 LLM’을 준비 중이다. 이와 별개로 글로벌 AI 얼라이언스(동맹)와도 자체 LLM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7월 결성됐다. 독일 도이치텔레콤, 싱가포르 싱텔, UAE 이앤(e&) 등이 참여 중이다.

SK텔레콤은 이 두 프로젝트를 통해 AICC(AI콜센터), 텔코 에이전트(비서) 등 커뮤니케이션 영역에 특화된 AI 솔루션을 다수 확보할 계획이다. 조상혁 SK텔레콤 AI전략제휴담당 부사장은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복수의 해외 주요 통신사가 동맹 신규 참여 의사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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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콘퍼런스콜에선 ‘AI 컴퍼니’로의 전환을 강조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글로벌 AI 컴퍼니로 구체적인 성과를 창출해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신사로만 보지 말아 달라는 당부다. 김 CFO는 “올해는 AI 관련 글로벌 확장 계획도 구체화할 것”이라고 했다.

○호실적에도 ‘위기론’

SK텔레콤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7조6085억원, 영업이익 1조7532억원을 냈다고 이날 공시했다. 2022년보다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8.8% 증가했다. 외형상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SK텔레콤 내부에선 ‘위기론’이 나왔다. 연간 영업이익 성장세가 1년 새 16.2%에서 8.8%로 줄었기 때문이다.

주요 수익원으로 꼽히는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 수 증가세도 지난해 주춤해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도 2만9562원에 그쳤다. 이 회사의 ARPU는 지난해 2분기부터 3만원 아래로 떨어져 3분기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 CFO는 “올해는 이미 5G 가입자 및 매출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올해 ARPU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소폭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측은 AI 사업에서 성장 기회를 엿보고 있다. 이 회사의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은 출시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300% 늘어 340만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AI 통화 녹음 및 요약, 실시간 번역 등 ‘킬러 서비스’를 지속 추가하며 고도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아이폰에 적용한 통화 녹음은 올해 1분기 중 안드로이드에 출시한다.

AI 수요가 늘어나면서 지난해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전년 대비 30% 성장한 2024억원을 거뒀다. AI 기술을 적용한 신규 데이터센터도 구축 중이다. 이 밖에 자회사 사피온을 통해 AI 반도체, AI 반려동물 진단 등 사업에서도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김 CFO는 SK브로드밴드 기업 공개(IPO) 계획에 대해선 “시장 상황을 보며 추진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