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린푸드 식품위생연구소 연구원이 신선식품 잔류농약 검사를 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제공
현대그린푸드 식품위생연구소 연구원이 신선식품 잔류농약 검사를 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제공
2일 경기 용인의 현대그린푸드 식품위생연구소. 흰색 보호복을 착용하고 입구로 들어서자 ‘관계자 외 출입금지’ ‘생물학적 위험물’ 등 경고 표지가 눈에 띄었다. 연구원들은 실시간 유전자 증폭기 등의 장비를 활용해 나물 과일과 같은 설 제수용품의 미생물과 잔류 농약 함유 여부를 측정했다. 검사를 통과한 제수용품은 다음주 백화점 매대에 오른다.

이경옥 연구소장은 “현대백화점그룹이 판매하는 모든 식품은 여길 거쳐야만 소비자 입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식품위생연구소 내부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최초로 한우 원산지 판별

백화점 설 선물 등장한 '황금광어회의 비밀'
올해로 설립 39주년을 맞은 식품위생연구소는 그동안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물론 식품업계 전반의 위생안전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1985년 현대백화점 본점에 설치된 상품시험실이 모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식품위생연구소를 우수 시험·검사기관으로 지정했다. 유통·식품업계를 통틀어 기업 부설 연구소가 우수 시험·검사기관으로 지정된 첫 사례다.

그만큼 식품위생·안전 분야에서 높은 공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미생물 유해물질 잔류물질 분석, 유전자변형식품 검사 등을 할 수 있는 첨단 장비 268대를 갖추고 있다. 24명의 석·박사급 전문연구원이 근무한다.

1033㎡ 규모 연구실에서는 1100여 개 항목에 걸쳐 연간 1만7000여 건의 분석이 이뤄진다. 연간 운영비만 기기 구입비 등을 합쳐 30억원에 달한다. 연구소 관계자는 “검사에 필요한 각종 시약 구입비로만 연간 6억~7억원을 쓴다”고 했다.

‘업계 최초’ 타이틀도 여럿 있다. 1990년대 말 국내 최초로 한우 원산지를 판별하는 유전자 확인법을 도입했다. 한우 원산지 판별 국가공인 검사법이 확립된 2000년대 이전부터 자체적으로 원산지 판별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식약처 기준보다 깐깐한 검사

현대백화점은 올해 설 선물세트에 백화점업계 최초로 황금광어회와 범가자미회 등을 담은 활어회 세트를 선보였다. 서울 압구정본점에서 당일 손질한 프리미엄급 횟감을 바로 포장해 서울·경인지역에 배송한다. 활어회는 고급 식재료로 인기가 높지만 그간 백화점 선물세트에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손질과 포장, 배송 과정에서 쉽게 부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활어회 선물세트와 같은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었던 데는 식품위생연구소의 역할이 컸다. 이 소장은 “활어회는 산지에서 갓 잡은 원물이 백화점 수조로 옮겨져 회로 손질되는 단계마다 모두 검사를 거친다”며 “매장에 상주하는 감식관이 실시간으로 도마와 칼 등의 위생을 점검하고 문제가 없는 경우에만 판매를 허용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은 매년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 목록을 담은 가이드북을 발간한다. 연구소는 가이드북 발간 3개월 전부터 상품별 미생물·이화학 검사와 함께 작업장별 위생점검을 한다. 올해 설 선물세트는 검사 대상 280여 개 품목 중 4개가 1차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연구소는 부적합 요소 개선 여부를 점검한 뒤 기준치에 미달한 1개 품목을 최종 탈락시켰다. 연구소가 제시하는 검사 기준치는 식약처 기준치보다 까다로운 경우가 많다.

박신영 현대그린푸드 식품안전실장은 “‘명절 선물은 선물하는 고객의 진심을 대변하는 것’이라는 마음으로 법 기준을 웃도는 자체 기준을 세웠다”며 “‘상품 진정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식품 위생을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