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이마트에서 판매한 올곧 '유부우엉김밥' /뉴스1
지난달 이마트에서 판매한 올곧 '유부우엉김밥' /뉴스1
작년 8월 미국에서 때 아닌 'K김밥 열풍'이 불었다. 국내 냉동김밥 제조업체 '올곧'이 트레이더조스에 수출한 유부우엉김밥이 '품절 대란'을 일으키면서다. 미국의 유명 SNS 인플루언서 사이에선 냉동김밥과 불닭볶음면을 함께 먹는 '챌린지'가 유행했고, 트레이더조스에 납품된 냉동김밥은 한 달도 안 돼 250t 에 달하는 물량이 동났다.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역으로 한국에서도 올곧 냉동김밥이 주목받았다.

이때 이마트가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12월 올곧이 만든 유부우엉김밥을 업계 단독으로 출시해 닷새 만에 5만 개를 팔았다. 올 1월엔 미국에 아직 출시되지 않은 '식물성 참치김밥'과 '식물성 제육볶음김밥' 물량을 사전 확보해 일주일 만에 14만 개가 '완판'됐다.

냉동김밥을 들여온 건 입사 14년차 손동찬 이마트 냉동식품 바이어(37)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K김밥 품절대란' 소식을 듣자마자 지체 없이 전화기를 들어 올곧과 긴급 미팅을 잡았다"고 했다.
손동찬 이마트 바이어 /이마트 제공
손동찬 이마트 바이어 /이마트 제공
미국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 물량을 받아내는 건 쉽지 않았다. 손 바이어는 "올곧에 가보니 기존 수출 물량으로 생산 스케쥴이 꽉 차 있었다"며 "두 달여간 수 차례 미팅을 진행하며 '이마트와 올곧이 손 잡고 파우치형 볶음밥·주먹밥 위주의 국내 냉동밥 시장을 냉동김밥으로 함께 키워보자'고 설득했다"고 했다. 시장 잠재력을 확대해보자는 얘기에 공감한 올곧이 이마트에 물량을 내준 배경이다.

냉동김밥뿐 아니다. 지난해 해외에만 판매되던 '비비고 치킨 고수 만두'를 이마트에 들여와 호평을 받은 것도 손 바이어다. 그는 "샘플을 먹어보니, 고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먹어봐야 하는 맛이라는 생각이 들어 상품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손 바이어는 이처럼 트렌드를 빨리 읽어내기 위해 수시로 쇼핑을 한다. "바이어라면 상품 전문성, 시장 데이터 분석뿐 아니라 누구보다 쇼핑을 좋아해야 해요. 고객의 입장에서 뭘 원하는지를 생각하는 게 바이어가 갖춰야 할 '제1의 자질'이죠. 고객이 원하는 게 가성비인지, 희소가치인지, 브랜드파워인지를 정확히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누구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한 바이어가 보기에 냉동김밥 인기를 이을 다음 'K푸드 대표주자'는 무엇일까. 손 바이어가 내놓은 답은 'K스트리트 푸드'다. 그는 "먹방 콘셉트 프로그램에서 김밥, 핫도그, 라면이 자주 등장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앞으로는 김말이튀김, 오징어튀김, 붕어빵 등 스트리트 푸드 전체로 인기가 확대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손 바이어는 앞으로도 국내에서 접해보지 못한 제품을 적극 선보이겠다는 목표다. 그는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대만식 족발 요리처럼 해외에 숨어있는 음식을 한국에 들여오고 싶다"며 "이와 함께 국내에서 오랜 사랑을 받아온 스팸을 활용해 스팸핫도그 등 재밌는 상품도 기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