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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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만 먹었는데 음주운전에 단속되어 입건되었습니다."

지난 28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사연이다. 해당 사연을 올린 A씨는 '남편이 술을 마시지 않았음에도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다'고 억울해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39%였다.

A 씨는 원인으로 두 가지를 추정했는데 첫 번째는 '남편이 알코올에 민감한 체질'이라는 점과 '국밥 가게에서 돼지고기 잡내를 줄이기 위해 소주를 사용'했을 가능성이다.

A 씨는 "남편이 현장에서 경찰에 항의하자 경찰은 채혈을 권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남편의 말보다 기계를 더 믿는 행동을 보였다"면서 "남편에게 물어보니 한사코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며 억울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식으로 억울하게 음주 단속에 걸린 사례가 있느냐"고 의견을 구했다.

이에 한 네티즌은 "알코올의 끓는점은 섭씨 80도 아래다. 국밥에 소주를 넣어 끓였어도 100도가 되면 알코올이 싹 날아간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A씨는 "국밥을 80도 아래에서 끓였을 수도 있지 않나"라고 끝까지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은 "기계는 거짓말을 안 하지만 사람은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면서 "억울하면 채혈 검사에 응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감지기는 몰라도 측정기는 거짓말을 안 한다", "국밥집 CCTV나 결제내역을 확인해봐라" 등의 댓글도 이어졌다.

현행법상 음주운전의 면허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면허취소 기준은 0.08% 이상이다.

평균적으로 몸무게가 70kg이 나가는 성인 남성이 소주를 한 잔 정도 마시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나오는 수치다. 보통 소주 한 병을 마실 경우 면허 취소 기준인 0.08% 이상의 수치가 나올 수 있고, 과도한 음주 후에는 다음 날 아침에도 면허 정지 기준인 0.03%를 훌쩍 넘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재측정하고 있다.(해당 기사와 연관없음)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의 한 도로에서 마포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음주단속에 걸린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재측정하고 있다.(해당 기사와 연관없음) 사진=연합뉴스
해마다 연말이면 음주단속에 걸린 후 마시지 않았다고 둘러대며 경찰과 실랑이하는 사례가 이어지곤 한다.

대부분 감기약을 먹었다거나 딱 한 잔만 마셨다며 '눈가리고 아웅' 식의 대응을 해서 눈총을 받는다.

하지만, 술을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음주 단속에 적발되는 사례가 실제 있을 수 있다.

이유는 알코올이 함유된 음식을 섭취했거나 제품을 사용했기 때문인데 마시는 피로회복제와 소화제가 대표적이다.

두 식품 모두 제조할 때 소량의 알코올이 들어가기 때문에 음주 측정 직전에 마시면 수치가 나올 수 있으며 손소독제나 구강청결제도 같은 경우다.

매실청과 매실차도 발효되면서 에탄올이 생성되며 막걸리를 발효시켜 만드는 술빵, 럼주를 첨가하는 슈크림 빵도 주의해야 한다.

물론 측정 직전 먹은 식품 때문에 음주 수치가 나온 경우 대부분 물로 입을 헹구면 정상 수치가 나온다. 그래도 억울한 상황이 생긴다면 채혈 측정을 요구하면 된다.

이밖에 믿기 어렵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도 몸에서 저절로 알코올이 만들어지는 ‘자동양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 사례도 외신에 소개된 적이 있다.

지난해 미국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플로리다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하던 미국 남성 마크 몬지아르도는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차량이 도난차량으로 의심돼 경찰 조사를 받던 중 음주검사에 응했는데 검사 결과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만취 상태인 0.18% 수준이었다. 몬지아르도는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음에도 음주운전에 적발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의 가족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동양조증후군’에 대해 알게 됐다. 자동양조증후군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몸에서 알코올이 생성되는 질환으로, 탄수화물을 발효시켜 에탄올을 만드는 균이 장 속에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한다. 에탄올이 몸속에 흡수되면 술을 마셨을 때처럼 혈중알코올농도가 올라가고, 구토, 어지럼증, 현기증, 졸음 등과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다.

몬지아르도는 위장병 전문가를 찾아 장 검사를 한 끝에 자동양조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하는 건 세계적으로 사례를 찾기 어려운 희귀한 경우에 해당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설연휴를 앞두고 음주 사고 예방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사회적으로 코로나19 확산 기간 음주운전의 중대성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졌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과거 통계를 보면 설 연휴 직전날에 교통사고가 가장 자주 발생했다. 설 연휴 기간의 전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평상시에 비해 30% 이상 낮았지만 연휴 전날만큼은 평상시보다 22.8% 높았다. 경찰은 "명절이라고 들뜬 분위기에 휩쓸려 음주운전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