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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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고액 자산가들이 투자 자산을 미국과 일본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6개월 새 미국 펀드에 몰린 돈만 1조3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수익률이 크게 악화한 중국과 한국에선 서둘러 돈을 빼고 있다. 지역별 수익률 격차가 심해지면서 글로벌 ‘머니무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중국 펀드의 수익률 차는 1년 만에 70%포인트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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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선도하는 미국에 투자 집중”

2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146개 미국 주식형펀드의 1년 평균수익률은 43.69%로 집계됐다. 이 기간 유형별 해외주식형펀드 중 단연 수익률 1위다. S&P500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연초 증시 활황에 힘입어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34년 만에 증시 최고점을 기록한 일본도 1개월 수익률 8.71%, 6개월 수익률 13.66%, 1년 수익률 33.04%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 펀드는 1년 수익률 -27.22%로 전체 유형별 해외주식형펀드 중 꼴찌였다. 미국 펀드와 수익률 차이는 70.9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1년 전 미국 펀드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430만원을 벌었고, 중국 펀드에 그만큼 투자했다면 270만원을 잃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투자 성적이 명확하게 갈리자 자산가들은 미국과 일본에 자산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미국 펀드에는 1조2825억원이 순유입됐다. 미국 펀드는 늘 자산가 사이에서 인기 상품이었지만 최근과 같은 투자 열기는 이례적이란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전언이다. 김현아 삼성증권 SNI호텔신라 지점장은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이 올해 투자의 핵심 포인트로 떠오르면서 이를 선도하는 미국 기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며 “미국 증시에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개별 상품으로는 ‘KBSTAR 미국나스닥100 ETF’에 6개월간 296억원이 순유입됐다. ‘SOL 미국S&P500 ETF’에는 96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올해 예탁금 9조원 증발

일본 펀드에도 최근 한 달 사이 808억원이 순유입됐다. 권용규 하나증권 강남파이낸스WM센터 PB는 “일본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엔화가 여전히 저평가 상태여서 환차익까지 노린 투자가 몰리고 있다”며 “소니 닌텐도 등 일본 주요 기업의 올해 실적 전망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인도펀드도 최근 한 달간 1336억원이 새로 들어오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국내 투자자의 필수상품으로 꼽히던 중국 펀드에선 썰물처럼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중국 펀드의 설정액 규모는 지난해 8월 약 9조5000억원에서 현재 6조763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중국 경제의 높은 성장률을 믿고 투자했지만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자 견디다 못한 투자자들이 ‘손절매’에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 가장 큰 중국 펀드인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ETF’의 1년 수익률은 -44.28%다.

한국 증시에서도 자금이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25일 기준 50조5030억원으로 올 들어 8조9919억원(15.11%) 증발했다. 올해 유가증권시장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8조8358억원으로 지난해(9조6026억원)보다 8.21% 줄었다.

최만수/전효성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