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野 규탄하는 與 > 윤재옥 원내대표(가운데)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국회 본관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의 처리 불발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김병언 기자
< 野 규탄하는 與 > 윤재옥 원내대표(가운데)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국회 본관에서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의 처리 불발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김병언 기자
“중대재해처벌법은 의원들 의견이 반반으로 갈려서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어요. 정무적 판단을 하겠죠.”

5선의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한 25일 민주당 의원총회 분위기다. 50인 미만 기업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져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정무적 판단’은 정치적 득실을 고려해 내리는 결정을 말한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소속 의원 상당수의 반대를 확인하고도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법 시행을 강행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했을 때만 해도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와 관련,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민주당이 제시한 요구 사항 상당수를 정부와 여당이 수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민주당은 법안 유예와 관련해 △지난 2년간 법 시행을 준비하지 않은 데 대한 정부의 사과 △향후 2년간 재해 예방 준비를 위한 계획과 예산 △2년 뒤에는 반드시 법을 시행한다는 정부와 경제단체의 약속 등 3대 조건을 제시했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법 시행 반대에 부담을 느낀 당정은 이 같은 조건을 모두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치와 산업재해예방 예산 2조원 확보 등의 추가 조건 관철을 밀어붙였다. 협상이 좀처럼 진전되지 않자 국민의힘은 ‘25인 또는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법 시행을 1년 유예하자’는 타협안까지 내놨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법 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것에서 여러 발 물러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이 산업안전보건청 설치 등의 요구를 고수하면서 이날 오후까지 이어진 여야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기존 조건을 여당과 정부가 수용했음에도 새로운 조건을 추가로 내놓은 것에 대해 “4월 총선에서 노동계의 표를 의식한 민주당이 처음부터 결렬을 목표로 협상에 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산업안전보건청은 민주당이 다수 여당이던 문재인 정부 때도 추진을 검토하다가 무산된 것인데 이것을 조건으로 내거는 건 지나친 처사”라며 “민주당이 총선 때 민주노총의 도움을 얻고자 중소기업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한다면 후과를 어떻게 감당하려 하느냐”고 말했다.

반면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의) 핵심이라고 했는데도 하지 않고 있다”며 “법안이 시행돼 현장에 혼란이 있다면 준비하지 않고 최소한의 안전판을 만들어달라는 민주당 요구까지 걷어찬 정부·여당이 그 책임을 다 져야 한다”고 맞받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 처리가 최종 무산된 뒤 ‘중소기업 다 죽는다’ 등의 피켓을 들고 민주당에 대한 규탄 시위에 나섰다.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문제는) 차후에도 법제사법위와 환경노동위 의원들이 원내대표와 논의를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