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50억원(50명) 미만 중소·영세 건설현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적자 사업장이 수두룩한데, 안전관리를 위한 별도 인력을 두고 예산까지 확보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가 수주를 유도하는 최저가낙찰제 등의 제도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25일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중소건설업계는 법 적용에 대비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열악한 인력·예산 여건으로 준비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50억원 미만 건설현장까지 법이 확대 적용되면 건설기업 중 99%에 달하는 중소건설사는 형사처벌을 면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이어 “기업의 존립은 물론 소속 종사자의 생계까지 위협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과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작년 11월 전문건설사 781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96.8%가 중대재해법 대응을 위한 안전관리 체계 구축과 인력·예산 편성 등을 못했다고 답했다. ‘방대한 안전보건 의무와 그 내용의 모호함’(67.2%) ‘비용 부담’(24.4%) ‘전문인력 부족’(8.4%) 등을 이유로 꼽았다.

대부분 민간 공사에 적용되는 최저가낙찰제부터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기술, 사회성 등을 고루 평가하는 공공 발주와 달리 민간에선 최저가낙찰제가 주로 쓰이는 만큼 수익성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경기 악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경색으로 건설시장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영세사업장이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어떻게 따로 둘 수 있겠냐”며 “최저가낙찰제 등 가격 중심 입찰제도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 모호한 법령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식 한국주택협회 부회장은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가 주최한 ‘중대재해법 시행 2년 평가와 과제’ 세미나에서 “처벌 위주의 법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중대재해 저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바람직한 입법 방향부터 재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실장은 “외국 사례는 처벌과 규제 위주의 법령으로는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준다”며 “방향성을 달리 할 수 있는 접근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한명현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