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완성은 '밀당'이다...당신은 스윙하고 있는가 [서평]
"너희들은 전혀 스윙을 하고 있지 않아."

재즈 피아니스트 배리 해리스(1929-2021)가 학생들에게 한 말이다. 해리스는 직접 시범을 보인다. 그의 연주에는 타이밍 변화, 강약의 조절 등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이걸 '어떤 점이 다르다'고 말로 표현하는건 불가능하다. 이렇듯 탁월한 연주자들은 말그대로 박을 가지고 논다. 메트로놈에 딱 맞는 정박이 아니다. 훅 들어오는 듯 하다가 때론 주저하는 듯 다채로운 뉘앙스를 풍기는 움직임이다.

연주자에게만 박이 중요한 건 아니다. 우리도 박을 공유하며 하나가 된 기억이 있다. 2002년 월드컵 응원 구호를 생각해보자.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저서는 '음악의 3요소'라 불리는 리듬·선율·화성 외에 '박'이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운다. 박은 음악의 시간적 질서와 공감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이에 대한 근거로 심리학, 진화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실험을 제시하며 설득력있게 풀어간다.

그렇다면 박이란 무엇이고 왜 중요할까. 저자에 따르면 박이란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박은 본질적으로 인간이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게 책의 설명이다.

일례로 든 것이 '동조 현상'이다. 박에 맞춰 함께 연주하거나 음악에 몸으로 반응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같은 시간에 함께 행동하면 감정적 동조가 생겨나기도 한다. 콘서트장의 '떼창'을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음악은 집단적으로 감정적 동조를 일으키고, 종종 이성을 마비시킨다. 독일 나치를 비롯해 전체주의 체제는 이런 이유로 음악을 잘 활용했다.

리듬·선율·화성이 음악 자체의 구성 요소를 말한다면, 박은 '타인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함께 박자를 공유하는 시간은 순간적으로 서로를 느끼고 확인하는 시간이고, 그 자체가 음악의 본질이라고.

소통을 위한 음악의 개념은 신생아때부터 시작됐다.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모성어는 정보성을 갖춘 언어가 아닌 운율과 박자를 갖춘 '유사 음악'이다. 모성어의 특징인 과장된 억양, 리드미컬하고 다채로운 타이밍, 풍부한 높낮이 등은 아이와 다감각적으로 소통하게 한다. 아이는 이런 비언어적 소통을 통해 보호자에게 애착을 느끼고 이를 모방한다. 우리는 타인과 친밀해지기 위해 음악에 준하는 비언어를 먼저 체득한 셈이다.

박에도 음악적 허용이 있다. 10밀리세컨드 단위까지 음의 길이 변화를 측정해보니 피아니스트들이 연주할 때 음의 정확한 길이 등에서 상당히 이탈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예술적 이탈'이라고 한다. 문학에서의 '시적 허용'처럼 음악에도 이같은 이탈을 통해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다. 클래식에서는 이를 '표현적 타이밍'이라고 부르며 재즈나 대중음악에서는 포괄적으로 '그루브감','스윙감' 등으로 표현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리듬적 패턴보다 살짝 늦게 혹은 당겨서 표현되는 시간적 현상에서 비롯된다. 마치 남녀간 '밀당'(밀고 당기기)처럼, 어떨 때는 예상대로 딱 들어맞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미묘하게 비껴가며 애간장을 녹이는 것이다. 결국 박의 예술성은 스윙감으로 완성되듯, 세상 만사에도 그루브, 스윙이 필요하다. 정박과 박의 이탈을 절묘하게 오가며 타이밍을 쥐락펴락하는 그 감각 말이다. 책을 읽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스윙을 하고 있나.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