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 두부(GS25 ‘리얼프라이스’), 1300원 커피(이마트24 ‘아임e’), 1900원 김치볶음밥(CU ‘득템’)….

초저가 PB 인기에도 웃지 못하는 편의점
요즘 편의점 4사의 최대 화두는 ‘초저가 자체브랜드(PB)’다. 1~2인 가구의 편의점 장보기가 늘면서 원가를 절감하거나 자체 마진을 줄여 일반 제조사브랜드(NB)의 ‘반값’ 수준인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편의점의 속내는 복잡하다. 원재료값이 줄줄이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자니 물가 인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걱정이고 초저가를 유지하자니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로 간주될 수 있다. 일종의 딜레마다.

23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초저가 PB의 마진은 일반 PB 대비 절반 수준이다. 자체 마진을 깎아 가격을 낮춘 까닭에 초저가 PB는 일반 상품보다 수요가 많다. CU가 내놓은 초저가 PB ‘득템’ 시리즈는 계란, 닭가슴살, 순살치킨, 각티슈 등 10개 품목에서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의 ‘굿민’도 지난해 판매량이 1년 전보다 30% 늘었다.

문제는 원재료값 상승으로 원가를 낮추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자물가지수가 일제히 올랐다. 농산물 가격은 전월보다 9.3%, 수산물은 4.6%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대폭 오른 코코아 설탕 등이 3~4개월 뒤 국내에 수입되면 가격 인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편의점들은 초저가 PB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처지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식품·유통사를 겨냥해 “물가 안정에 협조하라”고 압박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6월 편의점이 잇달아 마진을 줄이면서 PB 제품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한 배경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원가를 낮추기도 어렵다. PB 협력사가 “원재료가 비싸졌으니 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 무시할 수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편의점과 PB 협력사의 관계를 하도급으로 보고 있어 편의점 입장에서 납품사의 단가 인상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절하면 ‘갑질’이 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초저가 PB 상품군을 늘리기 위해선 원재료 인상분이 가격에 적절히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