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문화정책 흑역사 (4) K팝 열풍? 제 3공화국에 살고 있는 예술정책
윤석열 정부의 문화정책이 역대정권의 문화정책을 계승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실은 지금까지 정권별로 문화정책의 살펴본 것처럼 제3공화국의 문화정책 이후로 크게 바뀌거나 달라진 점 또는 특정정권이 독창적인 문화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소위 ‘보수’와 ‘진보’세력이 정권교체를 한 경우도 문화정책의 차별성은 딱히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결국 한국 정치가 ‘이념’은 없고 ‘진영’만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가장 대척점에 있다는 노무현의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을 비교해 그 지향성이나 내용을 비교해도 두 정부 간 뚜렷한 차이는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창의한국”의 노무현 정부와 “창조적 실용주의”의 이명박 정부 모두 문화산업적 가치를 주목해 실제로 관련 재원 배분도 매우 유사하다. 결국 첨예한 이념적 갈등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문화정책은 서로 크게 다를 바 없다. 이는 정권교체나 이후 정부 이념의 변화가 실제 문화정책의 변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반증이다. 그렇다고 시대에 따라 전혀 변화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올바른 민족사관 정립’, ‘새로운 민족예술의 창조’, ‘국민의 문화수준 향상’, ‘문화한국의 국위선양’이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제3공화국 문화정책의 골격을 단어는 바뀌었지만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보수와 진보의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천편일률적인 50여 년간 변함없는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은 국가 지도자와 관료들의 비루한 수준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인식과 교양의 정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3만불 시대의 선진국이 된 산업국가 대한민국은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체된 문화적 성장으로 경제와 문화의 불균형이 심화되어 심각한 사회적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농경문화시대의 유교적 전통과 가치관을 대체할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은, 가치관과 윤리관, 도덕관을 정립하지 못한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문화예술과 국민의 일반적인 문화지수가 역대 정부의 구호와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 지경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문화예술을 경제개발처럼 압축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 믿은 때문이다.
숨 가쁘게 변화하는 시대에 지도자의 분명하지 않은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과 목표와 비전은 문화정책의 중심에 있는 관료들의 몫이 되었다. 따라서 과도한 실적주의와 성과를 채근하는 시스템 속에서 문화전문가 전에 행정전문가인 관료들은 가시적인 정책개발과 시행에만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환경도 한몫해 모든 문화정책이 성과와 결과에 집착하는 지원으로 귀결된 이유다. 조건과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조급하게 소위 문화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의 정책을 일관성 없이 벤치마킹하면서 우리 문화정책의 주체가 불분명해진 것도 원인이다. 그 결과 우리나라 초기 문화정책은 일본의 문화정책을 고스란히 베껴오거나 중앙정부가 주도하던 프랑스 체제를 선택했다가, 이후 70년대 이후 민관이 주도하는 영국이나 독일의 문화정책을 그리고 90년대에는 민간이 주도하는 미국식 문화정책과 대처정부의 영국식 모델을 차용하면서, 버라이어티한 문화정책의 실험장이 되어 문화예술정책을 시장에 맡길 것인가 정부가 주도할 것인가가 모호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런 혼란을 대표하는 성과물이 노무현 정부의 <창의한국-21세기 새로운 문화의 비전>(2004)과 <새 예술정책-예술의 힘>(2004)이다. 연재 칼럼
▶대한민국 문화정책 흑역사 (1) 우리에게 정책이 있긴 했을까?
https://www.arte.co.kr/art/theme/3966
▶대한민국 문화정책 흑역사 (2) IMF에도 문화예산 1%를 달성한 김대중 정부
https://www.arte.co.kr/art/theme/3967
▶대한민국 문화정책 흑역사(3) 블랙리스트를 화이트리스트로 만든 문재인 정부
https://www.arte.co.kr/art/theme/4049
▶대한민국 문화정책 흑역사 (5) 정부 지원을 멈춰야 예술이 산다
https://www.arte.co.kr/art/theme/4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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