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예술의 젊은 피’들이 서울에 모였다. 일본화 작가 카와시마 유, 그리고 세라믹 조각가 테라쿠라 미야코가 그 주인공이다. 1988년생과 1994년생으로 모두 마흔을 넘기지 않았지만 마니아층이 두텁다. 두 작가는 서울 용산구 화이트스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을 통해 한국 관객을 처음으로 만났다.

Kawashima Yu_-phomet -Remind-_Silver leaf, mineral pigments, ink on hemp paper_652 x 652_2023
Kawashima Yu_-phomet -Remind-_Silver leaf, mineral pigments, ink on hemp paper_652 x 652_2023
카와시마 유는 셀럽들과 연예인들이 앞다퉈 그의 그림을 소장할 만큼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작가다. 그의 전시가 열리면 한 사람이 10장씩 구매하는 경우가 흔할 정도로 그의 작품을 수집하는 팬들도 많다.

유는 남성 작가지만 오직 여성 초상화만을 그리는 작가다. 그는 “남성을 그릴 때는 나도 모르게 스스로의 모습을 투영하게 됐다”며 “내가 알지 못하는 이성을 그리면서 나의 흔적을 지우고 객관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는 세 명의 여성 모델이 있다. 3인의 얼굴 생김새를 모두 섞어 종이 위에서 가상의 인물을 창조한다.

또 유는 오직 일본화에만 매달린다.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일본화 작업의 특성상 그의 작품도 완성되기까지의 기다림의 시간이 매우 길다. 그림을 그리는 종이 한 장까지 엄선한다. ‘수제지 장인’으로 불리는 딱 한사람에게만 종이를 구매한다.

일반 물감이나 먹으로 색을 내는 대신 돌로 만든 석채와 분채를 섞어 만든 천연 물감만을 사용하는 것도 카와시마 유가 가진 작품의 특징이다. 그렇게 만든 물감도 바로 쓰지 않는다. 간장을 만들듯 무려 한 달동안이나 삭히는 과정을 거친다. 매일 물감의 색이 변하는 것을 들여다보며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린다. 작품 위 금색과 은색의 파편들을 표현할 때도 물감이 아닌 실제 금박과 은박을 사용했다. 이 금과 은도 산화의 시간을 거친다.

Kawashima Yu_Flame - Toxic -_Silver leaf, mineral pigments, ink on hemp paper_2273 x 182 cm_2023
Kawashima Yu_Flame - Toxic -_Silver leaf, mineral pigments, ink on hemp paper_2273 x 182 cm_2023
화이트스톤갤러리와 유는 벌써 10년 동안 함께 작품을 소개해왔다. 2014년 그의 대학교 졸업 전시작을 우연히 본 화이트스톤 관계자들이 바로 당일에 러브콜을 보내며 그 인연이 시작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화이트스톤갤러리와 유를 이어줬던 ‘톡시 시리즈’가 전시장의 한가운데를 차지했다.

유는 이번 전시를 모두 신작으로만 채웠다. 준비하는 데에만 무려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쏟았다. 그는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에 대한 상상을 수없이 했다”며 “상상보다 실제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니 더욱 흥분된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Miyako Terakura_White small flame_Ceramic_125×125×210_2023
Miyako Terakura_White small flame_Ceramic_125×125×210_2023
두 층 위에는 테라쿠라 미야코의 조각 작품들이 자리했다. 1994년생인 미야코도 화이트스톤갤러리와 대학교 졸업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의 작품은 항상 아이의 형상을 띈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순수한 이미지를 통해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겼다.

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장인 정신’을 중시하는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한 달이 넘는 시간을 쏟는다. 세라믹 찰흙을 정교하게 반죽하고 모양을 만든 뒤 전통 가마에 구워내는 방식이다.

Miyako Terakura_White small flame_Ceramic_125×125×210_2023
Miyako Terakura_White small flame_Ceramic_125×125×210_2023
작은 디테일까지 전부 세세한 손길이 닿았다. 조각상 얼굴 위 볼터치, 눈동자 색, 입술 색은 모두 미야코가 유약을 조합해 하나하나 칠한 결과물이다. 표면의 거칠기도 모두 다르다. 같은 조각 안에서도 어느 부분은 유약을 발라 매끈하지만 또 다른 부분은 마치 현무암의 표면을 보는 듯 거칠다.

특히 전통 가마를 사용하는 미야코의 작업은 성공작보다 실패작이 더 많다. 굽는 과정에서 온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공들인 조각이 모두 깨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 실패의 과정이 그가 추구하는 조각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 지 모른 채 가마 뚜껑을 열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미야코에게는 도자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인 것이다. 전시는 2월 18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