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랩스 연구원이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내 네이버랩스 연구실에서 디지털 트윈 구축용 로봇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혁 기자
네이버랩스 연구원이 경기 성남시 네이버 사옥 내 네이버랩스 연구실에서 디지털 트윈 구축용 로봇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혁 기자
네이버 사옥인 1784 2층에는 대다수 직원은 드나들 수 없는 통제 구역이 있다. 유리창 너머로 로봇 부품과 작업용 공구가 복잡하게 늘어선 이곳은 네이버랩스의 로봇 연구 공간이다. 네이버랩스는 2013년 사내 기술 연구 조직으로 시작해 2017년 분사했다. 로보틱스와 디지털 트윈, 인공지능(AI)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동환 네이버랩스 책임리더는 17일 “네이버의 쇼핑, 페이, 부동산 등 온라인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넓히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며 “로보틱스와 디지털 트윈, AI 모두 이 목표와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랩스는 로봇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접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온라인과 연결된 로봇이 오프라인에서 사람과 상호작용하면서 네이버의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네이버 사옥을 돌아다니며 커피, 음식, 택배 물품을 전달하는 ‘루키’도 이런 목적에서 제작됐다.

로봇이 움직이려면 지도가 필요하다. 로봇이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처음에는 로봇이 이동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발했다”며 “네이버랩스가 개발하는 디지털 트윈은 로봇을 위한 지도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트윈은 작게는 건물, 넓게는 도시 전체를 온라인 공간에 구현한 것이다. ‘쌍둥이’라는 이름답게 온·오프라인이 상호작용할 수 있다. 현실의 물체가 움직이면 디지털 지도에 반영된다. 반대로 온라인과 연결된 기기, 로봇 등을 제어하는 일도 가능하다. 1784 건물은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100대 이상의 로봇이 자신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목적지까지 찾아갈 수 있다.

네이버가 만든 서울시의 디지털 트윈은 건물을 지을 때 일조량을 분석하거나 비가 많이 올 경우 침수 지역이 어딘지 테스트하는 등의 용도로 활용된다. 네이버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 5개 도시에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기로 사우디 정부와 계약하기도 했다. 이 책임리더는 “디지털 트윈 자체가 사회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현실에 가까운 가상 공간을 구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이 움직이기 위해선 AI도 필수적이다. 최근 네이버랩스 유럽은 3차원(3D)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인 ‘크로코’를 발표했다. 사람이 양안을 이용해 공간감을 느끼는 것처럼 동일 공간을 다른 시점에서 찍은 이미지를 AI에 학습시켰다. 이 모델을 이용하면 로봇은 카메라로 받아들인 평면 이미지에서 거리 등 공간 정보를 추론할 수 있다. 라이다(LiDAR) 같은 값비싼 장비가 없어도 정밀한 작업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 책임리더는 “사물을 구분하거나 사람의 자세를 이해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랩스가 이동 다음으로 고민하는 분야는 물체를 갖고 다루는 기능이다. 네이버랩스는 로봇팔 ‘앰비덱스’를 통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책임리더는 “로봇에 팔과 손이 추가된다면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아진다”며 “로봇과 인간이 상호작용하기 위해선 로봇팔의 무게를 더 줄여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