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정치인 여성 수행비서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 사진=현 부원장 페이스북
동료 정치인 여성 수행비서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 사진=현 부원장 페이스북
더불어민주당 윤리감찰단이 동료 정치인의 여성 수행비서를 성희롱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 조사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당원을 비롯한 당 지지자들이 현 부원장의 징계를 반대한다는 탄원서를 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계획적으로 작업당했다"와 같은 음모론부터 "그 정도 농담은 다 한다"는 식의 2차 가해성 발언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김포갑 지역구에서 권리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김모씨는 지난 10일 구글독스에 "현 부원장 사건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분명해 보이기에 윤리감찰 결과에 앞서 탄원서를 올린다"고 썼다. 김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11일 오전 11시 기준 3500명이 넘는 인원이 탄원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먼저 탄원 이유로 "피해자는 진정 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했고, 현 부원장은 사과를 위해 수십차례 연락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피해자는 연락받으려고 하지 않았고 언론에 먼저 이를 알렸다"며 "피해자는 왜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언론에 제보부터 했나. 애초에 사과받을 생각이 없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사과 요구는 불순한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이어 "현 부원장이 농담으로 건넨 그 말이 과연 사회 통념상 막말에 가까운 말이 절대 아니다. 만약 저 말이 정말 문제가 되는 말이고 성희롱이라면 형사 고소해 시비를 가리면 될 일이지, 이것을 언론에 유출을 먼저 하며 언론 플레이부터 한다는 건 정치적 이유 말고는 없다"며 "잘못에 대한 근거도 명백히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징계하고 출마마저 막는다면 헌법상 무죄 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 경찰, 언론의 피의사실 유포로 많은 민주당 의원님들과 당원 동지 여러분이 고통받고 있다. 시비가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일에 대해, 언론의 '현근택 흠집 내기'에 현 변호사를 징계한다면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검찰 독재를 욕할 자격이 있냐"며 "만약 이 탄원서가 2차 가해라고 여기신다면 이 탄원서를 돌리는 제출자인 김포갑 권리당원 김OO도 같이 징계해달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김포갑 지역구 권리당원 김모씨가 작성한 탄원서 중 일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민주당 김포갑 지역구 권리당원 김모씨가 작성한 탄원서 중 일부.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친민주당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어디가 성희롱 발언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런 걸로 징계하면 안 된다", "계획적으로 작업당했다", "왜 먼저 죽이려 달려드나", "저 말이 성희롱 발언에 해당하는 게 맞나. 너무 오버 같다", "그 정도 농담은 다들 사회생활 하면서 얼마든지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탄원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앞서 JTBC는 지난 9일 경기 성남 중원 출마를 준비 중인 현 부원장이 지난달 29일 경기 성남의 한 술집에서 열린 시민단체 송년회에서 지역 정치인 A씨의 여성 비서 B씨에게 "너희 부부냐", "너네 같이 사냐" 등의 성희롱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B씨는 "'너네 같이 사냐'에서 뒤통수를 한 대 맞는 느낌이었다"며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너희 부부냐, 너네 같이 잤냐'(고 하느냐)"고 말했다.

현 부원장은 이와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다"면서도 '술을 마셔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는 또 술자리에 배석한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문제의 발언을 하는 것을 들었는지 확인했지만, '들은 적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래도 B씨에게 사과하고자 계속 연락하고 만남을 요청했지만, 실패했다고 전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윤리감찰단에 현 부원장 조사를 지시했다. 윤리감찰단은 당 대표 직속 기구로 선출직 공직자 및 주요 당직자의 부정부패, 젠더 폭력 등 불법·일탈 등에 대한 상시 감찰기구 업무를 한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현 부원장에 대한 윤리감찰은 이 대표의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가 윤리감찰을 지시한 9일에는 친명(친이재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정성호 의원과 이 대표가 현 부원장의 징계 수위를 놓고 메시지를 나누는 장면이 한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근택은 어느 정도로 할까요"라고 물었고, 정 의원은 "당직 자격정지는 돼야 하지 않을까. 공관위 컷오프 대상"이라고 답했다. 이 대표가 "너무 심한 것 아닐까요"라고 묻자 정 의원은 "그러면 엄중 경고. 큰 의미는 없다"고 답변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가까운 사람끼리 현안에 대해 개인적 의견을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지만, 여권과 비명계에는 '이재명 사당화'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어떤 범죄든 내 편은 살리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가 완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뭐가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