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본사 전경. 사진=한경DB
태영건설 본사 전경. 사진=한경DB
태영건설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가능성이 커졌다. 태영그룹이 내놓은 자구계획 등을 채권단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데 따른 것이다. 다만 채권단은 태영그룹과 대주주가 약속한 자구계획을 하나라도 지키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되면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했다.

11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날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할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가 열릴 예정이다. 채권자는 이날 자정까지 팩스 또는 이메일로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다만 집계 과정 등에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워크아웃 여부는 결정돼도 결과 발표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워크아웃은 신용공여액 기준으로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산업은행과 은행권의 채권 보유 비중은 33% 수준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기존에 파악한 태영건설 채권단은 600곳이 넘지만 국내 금융지주 계열사와 국민연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금융당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채권단 비중을 고려하면 75%를 넘길 전망이다.

전날 태영건설 주요 채권자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산업은행에서 워크아웃 추진과 관련한 채권자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산업은을 비롯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과 새마을금고중앙회,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 저축은행중앙회, 여신금융협회 등 관계자가 참석했다. 채권단은 회의에서 태영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과 계열주의 책임 이행 방안을 살펴봤다.

채권단은 회의에서 자구계획이 계획대로 이행되면 워크아웃 개시와 이후 실사, 기업개선계획 수립 작업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전제로 채권자 회의가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영건설 워크아웃 돌입 가능성이 상당히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채권단은 실사 과정에서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계획 중에 단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거나, 대규모 추가 부실이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 절차를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네가지 자구안을 내놨다. 기존 자구안에 포함됐던 에코비트 매각·블루원 자산유동화 매각·평택싸이로 지분 담보 제공 등에 대해선 이사회 결의를 완료하고 공시했다. 에코비트 매각에 대해서는 KKR과 공동매각 합의서를 작성했다. 블루원은 자산유동화를 진행 중이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잔여분(890억원)에 대해서도 지난 8일 태영건설에 납입했다.

태영건설은 지난 9일 추가 자구계획 내놨다.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SBS미디어넷(95.3%)과 DMC미디어(54.1%)의 지분을 담보로 하는 리파이낸싱이나 후순위 대출을 통해 기존 담보대출(760억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태영건설에 지원한다.

이러한 자구계획에도 불구하고 태영건설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 윤세영·윤석민 회장의 티와이홀딩스 지분(각각 25.4%·0.5%), 티와이홀딩스 보유 SBS지분(36.3%·윤재연씨 담보 제공분 6.3% 제외)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한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사업장별 진행 단계와 사업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처리방안을 수립하고, 경쟁력이 있는 사업 중심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