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 "역사 훔치려 해" 비판…혐오범죄 피해 흑인교회서 유세
백인우월주의 비판·흑인에 구애…중동휴전 촉구 시위로 연설 중단되기도
바이든 "남북전쟁, 노예제가 원인이고 협상 대상 아니었다"(종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남북전쟁의 원인을 오도하려고 했던 이들처럼 "역사를 훔치려 한다"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흑인 유권자에 구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남부가 남북전쟁에서 패배한 뒤 노예제가 아닌 주(州) 정부의 권리문제가 전쟁의 원인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거짓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시 또 패배를 거짓말로 숨기려고 하는 이들이 이 나라에 있다"면서 "이번에는 2020년 대선에 관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대선 패배를 뒤집기 위해 의회에 난입한 폭도들을 '애국자'라고 부르고 반란을 '평화 시위'라고 주장한다면서 "패배한 대통령이 이끄는 마가(MAGA·극우 공화당) 공화당이 선거를 훔치려고 했고 이제 역사를 훔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폭동을 "미국 역사상 정권의 평화로운 이양을 막으려 한 최초의 시도"로 규정하고서 "우리는 미국에서 항상 정치 폭력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모르는 것 같은 이들에게 내가 분명히 말한다.

노예제가 남북전쟁의 원인이었다.

이것은 협상 대상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는 공화당 대선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동시에 겨냥한 지적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남북전쟁 자체를 협상으로 피할 수 있었다는 발언으로, 헤일리 전 대사는 전쟁의 원인으로 노예제를 언급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바이든 "남북전쟁, 노예제가 원인이고 협상 대상 아니었다"(종합)
이날 연설 장소는 유서 깊은 흑인교회로 2015년 백인 우월주의자의 무차별 총격으로 9명이 희생된 곳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건을 언급하면서 "백인우월주의는 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역사 내내 나라를 분열시킨 독"이라며 "백인우월주의는 지금도 내일도 앞으로도 영원히 미국에 있을 자리가 없다"고 힘줘 말했다.

미국 언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일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판하며 포문을 연 데 이어 이날 사우스캐롤라이나 방문을 통해 최근 하락한 흑인 지지율을 회복하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선거팀이 이번 대선을 '미국의 근본 가치를 포용하는 후보와 그런 가치를 거부하는 후보 간의 선택'으로 프레임 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 폭동을 일으킨 세력이 미국 전역에서 도서 검열과 투표권 제한을 통해 역사를 다시 쓰거나 지우고, 다양성과 평등, 포용의 가치를 파괴하려고 한다며 "지금은 선택의 시간이다.

진리를 선택하자"고 호소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의미가 큰 지역이다.

그는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에 지지부진하다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압승에 힘입어 대선 후보가 됐으며 민주당은 그의 제안대로 주별 경선 순서를 바꿔 다음 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공식 경선을 진행한다.

한편, 이날 바이든 대통령 연설 도중 몇 사람이 가자지구 상황과 관련해 "당장 휴전하라!"를 외치면서 깜짝 시위를 벌여 연설이 잠깐 중단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의 열정을 이해한다"면서 "난 이스라엘이 (공세를) 줄이고 가자지구에서 상당히 철수하도록(get them to reduce and significantly get out of Gaza) 이스라엘 정부와 조용히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