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 앞유리에 정보 뜨네…모듈 붙여 디스플레이로 변신
일본 건설사 다케나카토목의 현지 시공 현장에선 최근 포클레인 작업자의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작업 정보를 담은 단말기와 정면 앞유리를 번갈아 보던 데서 정면만 보는 방식으로 근무환경이 달라진 데 따른 것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의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 글로벌테크놀로지가 선보인 투명디스플레이가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 회사 김민선 대표(사진)는 “앞유리에 모듈을 붙여 스위치를 켜면 디스플레이로 변신한다”며 “정보를 보면서 작업이 가능해 정확도는 높아지고 작업시간은 단축된다”고 1일 밝혔다.

글로벌테크놀로지는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 김 대표가 2019년 창업한 팹리스 회사다. 전자부품회사 솔루션코리아를 15년 경영한 경험을 토대로 팹리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신기술 중 하나인 LED(발광다이오드) 기반 투명디스플레이 프로젝트는 일본 측 제안에서 비롯됐다. 김 대표는 “삼성 TV와 LG 게임용 모니터에 적용되는 ‘미니 LED’ 기술력을 인정받아 개발을 시작했다”며 “내년엔 투명디스플레이 기반 디지털 사이니지(옥외광고)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투명디스플레이는 배열된 LED 칩의 간격이 4㎜로 기존 절반 수준이며, 투명도는 85%로 높은 게 특징이다. 칩 간격이 8㎜인 종전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의 투명도는 60% 수준이다. 같은 공간에 더 많은 칩을 배열해 해상도를 높이면서 투명하게 설계하는 게 기술력으로 꼽힌다. 글로벌테크놀로지는 현재 4㎜, 8㎜, 14㎜ 세 종류의 투명디스플레이 양산 기술력을 확보했다.

국내 완성차 대기업과도 투명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무드램프 개발을 시작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와도 별도로 실내 조명 개발에 들어갔다.

미니 LED TV가 주도해 온 회사 성장에 투명디스플레이가 힘을 보태면서 내년 매출은 500억원으로 올해(잠정 120억원) 대비 네 배에 달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김민선 대표는 “미니 LED TV 시장 성장에 속도가 붙는 데다 일본에 공급할 투명디스플레이가 앞으로 3년간 2500억원 규모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테크놀로지는 2025년 코스닥시장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설 계획이다.

화성=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